유럽과 미국에서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게 된 배경도 오른손에 대한 배려다. 마부가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려면 왼쪽 말에 앉아야 했다는 오른손잡이 우대 전통이 깔려 있다. 요즘 국내 일부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펼치는 우측통행 변경 운동의 이유에 놀랍게도 오른손잡이들의 안전이 들어 있다.
다른 글(<법정에 간 ‘왼손 악수’>, 안과밖 2007.7.13)에서 다뤘지만 왼손이 표방하는 부정의 의미는 동서양이 같다. 성경에서도 승천한 예수가 앉은 곳은 하나님의 우편(오른쪽)이다. ‘우’는 옳고 ‘좌’는 그릇되다라는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지금도 한직에 물러나면 왼쪽으로 옮긴다는 ‘좌천(左遷)’을 쓴다.
더군다나 우리의 경우, 유교적 관습이 덧칠해져 오른쪽은 옳은 것이고 오른손은 바른손이었다. 서양도 그랬다. 그러다 소수집단인 왼손잡이가 특출한 재능을 가지면 위대한 발견인 양 연구대상이 되곤 한다. 왼손잡이인 미켈란젤로, 슈바이처, 뉴턴이나 알렉산더, 나폴레옹이 화제가 된 것도 사실 그런 이유에서다.
펜싱도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왼손잡이가 주로 쓰는 오른뇌는 감성, 시각, 공간적 사고에서 앞선다. 은메달리스트 남현희가 왼손잡이다. 전에 왼손잡이 김영호도 “펜싱에서 왼손잡이는 순간거리를 가늠하는 데” 유리하다고 시인했다.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도 왼손잡이, 여자 핸드볼팀 라이트백 홍정호도 왼손잡이다. 개인차나 종목에 따른 유.불리는 있을 것이다.
인류의 왼손잡이 비율은 10%. 한 세기 전엔 3%였다. 국내 왼손잡이는 4%, 양손잡이는 8%로 조사됐다. 아랍권은 왼손잡이가 1% 미만이다. 왼손 기피 사회일수록 비율이 낮다. 오른쪽 무한권력의 횡포가 알게 모르게 온존함을 암시한다. 누가 왼손잡이인지의 구분이 뉴스가 안 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8월 13일이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라기에 가볍게 짚어봤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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