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왼손잡이에게도 광복을!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왼손잡이에게도 광복을!

  • 승인 2008-08-14 00:00
  • 신문게재 2008-08-15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걸어갈 땐 좌측통행.’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이 말은 골목마다 넘쳐나는 ‘주차금지’ 표지처럼 사람을 은근히 억압한다. 하지만 우측보행이 원래 우리의 통행방식이었다. 고궁이나 사당의 삼문(三門)을 드나들 때 사람은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나오는 게 원칙이다. 가운데는 신(神)이 드나드는 문이니 접근금지.


우리가 좌측보행을 한 계기에는 일제강점기의 강요가 있었다. 더욱 황당한 일은 이것이 칼집을 왼쪽에 찬 오른손잡이 사무라이들이 남의 칼집과 부딪히지 않게 하려던 전통이라는 데 있다. 칼집을 건드리는 행위는 결투 신청의 의미였다.

유럽과 미국에서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게 된 배경도 오른손에 대한 배려다. 마부가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려면 왼쪽 말에 앉아야 했다는 오른손잡이 우대 전통이 깔려 있다. 요즘 국내 일부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펼치는 우측통행 변경 운동의 이유에 놀랍게도 오른손잡이들의 안전이 들어 있다.

다른 글(<법정에 간 ‘왼손 악수’>, 안과밖 2007.7.13)에서 다뤘지만 왼손이 표방하는 부정의 의미는 동서양이 같다. 성경에서도 승천한 예수가 앉은 곳은 하나님의 우편(오른쪽)이다. ‘우’는 옳고 ‘좌’는 그릇되다라는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지금도 한직에 물러나면 왼쪽으로 옮긴다는 ‘좌천(左遷)’을 쓴다.

더군다나 우리의 경우, 유교적 관습이 덧칠해져 오른쪽은 옳은 것이고 오른손은 바른손이었다. 서양도 그랬다. 그러다 소수집단인 왼손잡이가 특출한 재능을 가지면 위대한 발견인 양 연구대상이 되곤 한다. 왼손잡이인 미켈란젤로, 슈바이처, 뉴턴이나 알렉산더, 나폴레옹이 화제가 된 것도 사실 그런 이유에서다.

왼손잡이는 상대 허점을 뚫어 싸울 때 우위에 선다는 가설이 있다. 단둘이 겨루는 테니스, 권투 등 종목에서 왼손잡이가 두각을 보일 때가 많다.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도 왼손잡이가 득세한다. 좌완투수 류현진과 김광현, 좌타자 김현수와 전준호 등이 그들이다. 이승엽도 왼손잡이다. 아니, 야구선수 25%가 왼손잡이다. 타격 뒤 1루로 뛰는 규칙이 왼손잡이에게 유리하다는 공학적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펜싱도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왼손잡이가 주로 쓰는 오른뇌는 감성, 시각, 공간적 사고에서 앞선다. 은메달리스트 남현희가 왼손잡이다. 전에 왼손잡이 김영호도 “펜싱에서 왼손잡이는 순간거리를 가늠하는 데” 유리하다고 시인했다.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도 왼손잡이, 여자 핸드볼팀 라이트백 홍정호도 왼손잡이다. 개인차나 종목에 따른 유.불리는 있을 것이다.

인류의 왼손잡이 비율은 10%. 한 세기 전엔 3%였다. 국내 왼손잡이는 4%, 양손잡이는 8%로 조사됐다. 아랍권은 왼손잡이가 1% 미만이다. 왼손 기피 사회일수록 비율이 낮다. 오른쪽 무한권력의 횡포가 알게 모르게 온존함을 암시한다. 누가 왼손잡이인지의 구분이 뉴스가 안 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8월 13일이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라기에 가볍게 짚어봤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