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대전, 텍사스

의사가 말했다. 의사가 최초의 직업이지. 아담 갈비뼈로 이브를 만든 의료행위 알지? 그러자 건축가가 말하기를, 사람 나오기 전에 에덴동산 만든 건 건축행위 아냐? 철학자도 거들었다. 혼돈(카오스) 속에 만들었으니 철학 몫이야. 이럴 때 정치가가 빠질 수 없다. 그 혼돈, 누가 만들었을까? 누가 그랬을까?

원작자가 말미에 매춘부라는, 직업 아닌 직업을 넣었더라면 완성도가 높아졌을까? 하지만 매춘부를 최초의 직업이라 한다면 주막이 최초의 발명이고 미니스커트가 최고의 발명이라고 우기는 것만큼 허황된 일이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세금 내고 당당히 하겠다고 데모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실제로 있었다. 아닌게아니라 단군 할아버지 때와 동시대 은나라에 매매춘 관련 기록이 있다. 기원전 3000년경에는 신전매춘 형태로 매춘이 용인됐다. 이때 신전 도우미 ‘처녀’가 낳은 아이는 국가 소유였다. 율법이 칼 같은 고대 유대사회에도 매매춘은 존재했다.

우리라고 옛 기록이 없지 않다. 충(忠) 자 돌림의 왕 치세에 살았던 고려 학자 이곡(이색의 부친)은 시사설(市肆說)에서 뇌물을 거리낌없이 받는 이사(吏肆), 자식을 내다 파는 인사(人肆)와 함께 매춘을 3대 해괴한 시장으로 규정했다. “얼굴을 아름답게 꾸민 여자들이 몸 파는 걸 보았다. 그들은 얼굴이 고운 정도에 따라 몸값이 비싸기도 하고 싸기도 하였는데, 공공연히 몸값을 흥정하면서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이곳을 이른바 여사(女肆, 여자시장)라고 하였다. 참 불미스러운 풍속임에 틀림없었다.” 당대의 텍사스촌 같은 홍등가를 둘러본 그의 소감이다.

그렇다. 매매춘은 연애도 직업도 아닌 불미스러운 풍습이고 불법이다. 생리 중 솜을 넣고 몸 팔았다는 유천동 여성의 호소를 들어보라. ‘센 단속’에도 수요와 공급, 배분과 교환의 성 경제학이 있는 한 새로운 장안동, 텍사스촌은 꿈틀댄다. 지금 성전(性戰)을 치르는 경찰대 동기생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과 이중구 서울 동대문경찰서장도 잘 알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이 있다고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으리란 것도.

언젠가 뉴질랜드의 대학에 매춘학과를 개설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성매매의 전문성과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 위함이라 했다. 성(性)을 위해 돈과 선물을 주는 것이 성매매의 정의가 못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인간은 배설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사람이라면 집창촌도 욕망을 잇는 신경망이고, 내가 건드린 ‘무화과 잎’ 중 결국 가격표로 변하지 않은 게 없다(솔 벨로)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의 “새로운 성기를 봤을 때 얻는 항상 새로운 용기”를 성애의 진화로 치켜세우지 말자. 여성 신체를 대상화하도록 남성이 구조화됐다는 말 또한 귓등으로 흘려야 한다. 여자를 분별하고 여자는 남자를 분별하기에 피차간에 서로 탐한다는 중론(中論)을 공부할 것까진 더더군다나 없다. 성 구매자는 엄중 처벌됩니다. 대전 텍사스촌 현수막에 걸린 문구대로, 법대로 하면 그만이다. 남성 성욕을 걱정하는 친절한 헌법재판관과 국회의원이 있었지만 유천동과 장안동의 본질은 남성의 성욕이 아니다. 괜스레 성욕을 모독하지 말라. /최충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