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연꽃과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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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연꽃과 연애

  • 승인 2008-07-30 00:00
  • 신문게재 2008-07-31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난 내 복에 살아요, 내 덕으로 먹고살게요. 민담, 설화의 복 많은 막내딸 얘기라면 들어줄 만하나 금지옥엽 키운 딸이 어느 날 이렇게 정색을 하고 나오면 난감한 일이겠다. 신라 진평왕의 막내딸 선화공주도 자신의 꿈과 운명을 관철시키느라 부모 속을 새카맣게 태운 대표선수급 딸이다.


아버지에 대들고 쫓겨난 딸이 숯구이 총각을 만났는데 용케 금무더기를 발견해 잘 먹고 잘살았다는 옛이야기 구도는 아주 익숙하다. 선화공주 러브스토리에도 금덩이를 발견해 신라로 보내는 내용이 섞여 있다. 삼국유사 무왕설화나 삼국사기 온달전 등 쫓겨난 여인 발복(發福) 설화는 흔하고 막내딸 콤플렉스가 배경설화인 민담은 세계 도처에서 채집된다.

드라마로도 나오긴 했지만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것이 선화공주와 서동의 러브스토리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온달설화도 그러한데, 이 모두 오늘 우리가 보는 드라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백제의 미천한 서동이 신라의 고귀한 선화공주를 얻고 백제 무왕이 된 이야기를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곤란하다. 정사에는 백제 성왕의 뒤를 이어 왕자 장이 무왕이 된다고만 나와 있다.

대신에 설화는 역사의 꼭대기에서 노는 까닭에 무한대의 상상력을 허용한다. 인간적으로는 역사책 냄새 감도는 삼국사기에 비해 이야기책에 가까운 삼국유사에 더 끌린다. 그 둘도 없는 공간이 부여 궁남지다. 용을 품고 서동을 낳았다는 고사 또한 그윽하다. 거기 걸린 포룡정(抱龍亭) 현판은 김종필이 총리 시절 쓴 것이다.

▲ 송인순 '연'
▲ 송인순 '연'
궁남지는 신라 안압지보다도 조성 연대가 빠르고 일본 조경 기술의 모태가 된 백제 별궁 연못이었다. 물론 무왕이 된 서동이 왕위에 있으면서 부여 궁성 남쪽에 못을 파서 20여 리 수로를 끌어들여 뱃놀이할 만큼 크고 화려했을 적 얘기다. 현재의 모습은 그 일부를 복원한 것일 뿐이어서 아쉽다.

설화로서 서동설화는 막내딸이 주인공인 일종의 ‘내 복에 산다`계 설화의 단단한 이미지를 갖췄다. 혹, 지귀라는 젊은이가 여왕을 사모하다 뜨거운 정념의 불길을 가누지 못해 자신을 태우고 도읍을 태운 이야기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 상대역인 신라 선덕여왕이 진평왕의 맏딸이자 선화공주의 큰언니라는 사실까지 챙기고 궁남지 서동연꽃축제(∼8월 3일)를 관상한다면 흥미는 배가된다.

지금 김제 하소백련축제, 무안 회산 연산업축제, 일산 호수공원 연꽃축제가 동시다발로 열리지만 사랑의 테마를 품은 연꽃 명소는 궁남지가 유일무이하다. 나제간 격돌 시기에 뚱딴지같이 촌사람 서동이 튀어나와 언제 그런 로맨스를 꽃피웠겠느냐는 역사적 추리야 말릴 재간은 없다.

그래도 사랑 이야기라면 어쩐지 역사 아닌 설화를 취하는 편이 설렌다. 여행지에서 낯선 일탈을 꿈꾸며 들뜨는 이치 같다 할까? 궁남지 연꽃에서 사랑 이야기를 퍼담는 거야 얼마든 자유지만 “나도 내 복에 살자”며 과감한 모험을 감행하는 건 때로 위험하다. 노파심에 아버지의 일원으로서 딸들에게 고한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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