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운의 시 ‘공산당’이다. 그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어 혼자 떠들다 지친 기억이 새롭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떠도는 말에 따르면 그날 난 공산당이었다.
공산당! 국토균형발전은 “공산당식 발상”이라는 김문수 경기지사 발언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갈등을 부풀리고 있다. 말은 말을 불러, 그 말이 더 “공산당식 발상”이라며 ‘김문수의 난(亂)’에 맞선 이완구 충남지사는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장군전을 치렀다. 공식 입장은 사설 ‘경기지사 발언이 잘못된 이유’에 다뤘지만 사견은 말릴지 붙일지 조심스러웠다.
이스트 넣은 빵처럼 싸움이 커질까 해서다. ‘공산당보다 기업을 더 못살게 구는’지는 연구해봐야겠으나, 경기도 공장 5000개가 바다 건너 공산당 마을에 떠 있더라도 발언은 격했다. 말을 먹고 자란 민주주의가 정치와 동의어라면 테두리를 벗어난 말은 탈정치적, 반민주적이다.
김태길은 소설로 본 한국인 가치관 연구에서 과거 조선이 불건전했던 원인으로 신의와 도의가 제한된 범주에만 작동한 점을 꼽는다. 근대화를 거쳐 중진국 늪에 빠진 우리지만 특정 지역과 세력에만 친절한 협의의 신의로 집중이 심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수도권 규제는 공산당도 안 하는 짓’에는 특히 수도권의 습관적 자폐성이 들어 있다. 공산당만 잘사는 곳이 빨갱이나라던가. 또한 수도권 수위도시화의 특권의식은 관념상 유물론적이다. 경기도 땅덩이가 서울의 17배, 인구는 더 많은데 빈틈이 많다는 등등의 김 지사 발언도 변형된 수도권홀대론이다.
그러나 그의 ‘공산당’이 제도적 공산주의인지, 대중사회의 병든 집단주의가 맛이 간 형태인지, 그냥 나쁜 ‘놈’들을 지칭한 수사(修辭)인지, 권력에의 야망인지에 대한 검토는 안 해봤다. 그러지 않겠지만 세종시 예산 42조원을 지자체가 1조원씩 쪼개 갖는다면 투쟁방식은 “공산당식”이 될 것이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를 우등생 책 빼앗는 걸로 비유했었다. 그렇다면 못하는 아이도 공부 좀 시키자는 정책이 좋지 아니한가. 이 시대의 선택적 업무(optional functions)가 아닌 당연한 업무(necessary functions)인 ‘균형발전’이 공산당보다 나쁘다며 집단의식을 긁은 쪽이 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누가 공산당 ‘좌빨’인지, 절제된 감정과 정제된 언어가 기본인 공개토론으로 미흡하다면 중국 공산당식 폐문회의(閉門會議)라도 열까.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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