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통의 중요함, 그리고 기분 좋은 속옷 고무줄처럼 유연한 백제인의 자재로움을 강조하려 함이다. 부여 능산리 고분 주차장을 조성하다가 발굴한 금동향로에 국적 논쟁이 붙었던 15년 전을 기억한다. 결국 수나라 것 아닌 백제 유물로 판명된 근거의 하나는 향로 뚜껑 안쪽의 구멍들이었다.
숭숭 뚫린 무애의 구멍으로 백제인의 독특한 성정을 훔쳐본 것이다. 금동향로의 파격 같고 익살 같은 작은 구멍에서 마치 속옷 고무줄 같은 백제인의 유연한 탄력도를 느낀다. 백제 복원은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가미해 기회비용을 0에 가까운 쪽에 근접시켜야 한다. 그러나 100% 득(得)만 있는 선택이란 없다. 곁가지를 과감히 생략할 필요도 있다.
![]() |
일본인 없는 백제의 국제화는 그런고로 상상이 어렵다.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전성기 백제 교역국을 참여시켜 백제문화제를 아시아 대표 축제로 키운다는 포부는 원대한 그만큼 막연하다. 백제라는 기억의 원형질을 고착시키는 힘을 정체성이라 부른다면, 그 정체성을 높이 살려야 한다.
기사에서 또 공주.부여가 “인상깊었다”고 반응한 일본인이 고작 1000명에 2명인 것은 공감대 부족이라는 의미다. 와전된 사실도 바로잡아야 하는데, 실제로 백제는 무(武)가 제법 셌다. 시민 500명을 동원한 논산시의 황산벌 전투재현 행사 등과 아우르면 ‘도민 참여형`도 되면서 패전국 콤플렉스 탈피에 일조할 것이다.
그저 멋지고 웅대해야 한다는 강박에 잡혀 녹용 달이고 호르몬 주사를 놓아 억지 회생시키는 백제의 생명력은 금방 조로와 부닥뜨린다. 2010년 대백제전, 10월의 백제문화제는 어떤 포맷에서나 백제 혼이 깃들어야 한다. 매력적인 웅진백제(공주)와 사비백제(부여)는 위짝인 현대, 아래짝인 전통의 슬기로운 조합에 있다. 그래야 ‘어처구니`없이 ‘얼`빠진 상황에 부딪히지 않는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