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대전발 화해 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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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대전발 화해 무드”

  • 승인 2008-09-18 00:00
  • 신문게재 2008-09-19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올 여름 잘 돌보지 못한 소철나무에 거미가 살금살금 쳐놓은 줄을 보니 녀석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뜻밖의 거미 연구를 시작한 동기는 이것이다. 사실은, 베르베르의 개미 연구를 마치 복기(復碁)하듯 하며 헤밍웨이를 읽으니 느낌이 좀 다르기도 했다. 이따위 시시한 재미에 붙들려 거미가 말 걸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대전발 화해 무드 만들자”며 기독교와 불교 지도자가 만났다는 ‘소문`은 바로 그러던 참에 포착됐다. 종교 편향 시비로 시국은 야단법석인데 목사와 스님이, 대전기독교연합회장과 대전불교사암연합회장이 만난 것이다. 크게 보면 큰 뉴스다. 주저 없이 사설―지역 종교지도자의 아주 뜻깊은 만남―을 한 꼭지 썼다. 그러고도 미진해 거미가 헌 거미줄을 먹고 새 거미줄로 갈아치우듯 새 글을 끄적이고 있다.

물론 조금만 거슬러 오르면 유흥식 천주교대전교구장의 부처님오신날 축하, 갑사 장곡 주지스님의 성탄 축하 꽃바구니 전달 등은 벌써 익숙해진 풍경이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11월 1일 계룡산 신원사 도착을 목표로 이 시각 땅바닥을 죽을 둥 살 둥 기어다니며 오체투지 순례 중인 것은 큰 뉴스가 되지 않는다.

다시 거미 얘기. 모든 거미는 줄을 뽑지만 그 절반만이 그물을 치는 정주성 거미이다. 비정주성 중에도 땅굴에 버젓이 문짝까지 달고 사는 문닫이거미, 날 좀 보라며 문단속 안 하는 고운땅거미가 있다. 꼭 사람들 습성 같다. 그리고 거미줄에는 선형 영역과 비선형 영역이 있다. 전자는 상식적, 후자는 비상식적이라 한다.

개인이건 종교건 선형 행동에만 머물면 발전이 없지만 현실의 한국종교는 안전한 선형 곡선을 더 확장해야 한다. 종교 간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없다는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종교와 종교의 소통이 있어야 진철 스님이 걱정한 먹고 먹히는 ‘전쟁`도 없다. 거미와, 거미줄에 붙은 파리 사이는 거래가 성립하지 않는다.

충돌은 또한 두 종교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장경동 대전중문침례교회 목사의 ‘스님 회계` 발언도 스타목사의 부흥회 설교로만 흘려들으면 편했을 것이다. 총무원장 스님 차 검문 건도 “허허, 근무 똑소리나게 잘하네” 했으면 훨씬 가붓해졌을 수 있다. 가만있어도 지역, 계층, 노사 갈등이 층층인 나라에서 숭기억불(崇基抑佛.기독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함) 논란은 시대착오적이고 무익하다.

‘종교 편향` 파문에 대해 두 종교지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직접 취재한 한성일 기자의 구술에 의존하면 대전기독교연합회장인 이기복 목사는 “곪은 것이 노골화된” 불행한 일로, 대전사암연합회장인 진철 스님은 “질 수도, 이길 수도 없는” 일로 봤다. 동석한 김종완 CMB 보도전문위원(전 대전MBC 국장)은 “대전에 불교방송국이 생기면 제일 먼저 12월에 캐럴을 틀겠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여하튼 종교도 이웃 종교끼리 내민 손을 믿어야 사회의 목탁이 되든 소금이 되든 할 것이다. 거미는 제가 친 줄의 상식을 믿는다. /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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