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짝퉁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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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짝퉁 박물관장

  • 승인 2008-10-01 00:00
  • 신문게재 2008-10-0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진짜 친구는 화낼 때 같이 화내준다. 가짜 친구는 묵묵히 듣거나 웃다가 뒤에 안주 삼아 씹는다. 진짜 시와 가짜 시? 읽고 느낌이 안 남으면 가짜 시다. 글쓰기란 오류를 드러내는 것. 오류를 잘 피할수록 잘 쓴 글이다. 그러면 진짜 인재는? 가짜 인생을 산 공주 J자연사박물관장에게 배우자. 반면교사(反面敎師)라던가.


상식의 일탈은 세인의 관심을 끈다. 통념을 뒤엎는 사건은 뉴스가치를 치올린다. 가짜 전시품, 가짜 약, 가짜 학력과 경력. ‘숨 쉬는 것 빼고 모두’일 만큼 거짓 인생을 산 공주 J자연사박물관장이 덜미가 잡혔다. 4년 전 개관 당시에도 전 세계 희귀한 동물, 곤충, 광물, 화석 25만 점을 전시한다며 뉴스 신선도를 높인 장본인이다. 그는 소위 ‘낯설게 하기’ 기법의 달인이었다.

우선 그는 허무한 농담부터 생각나게 한다. 비 올 때 머리를 가린 것은 짝퉁, 가슴에 안고 뛰는 것은 명품. 남편이 사준 건 짝퉁, 애인이 사준 건 명품. 그리고 딥플로우의 철지난 노래를 떠올린다. 난 내 밑에 진짜와 가짜를 나누지. 내 팬들은 눈빛부터 달라. 실력 앞에 참 솔직해∼

짝퉁 박물관장은 골동품 가게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보통 도자기를 고려청자, 조선백자라며 눈속임하며 가짜 보고도 진짜의 훌륭한 모방이라고 탄복하는 세상을 조롱했다. 혹시 이 사건도 원래 가짜였던 사건 아니었나 의아할 정도다. 인재육성론적 시각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로 개발한 그의 인생은 복제한 짝퉁이거나 원본 없는 창작품 같기도 하다. 허위 기재는 했을망정 진품 도자기가 31점인 사실이 신기하다.

신선한 뉴스는 더 있다. 4년간 13만명분의 관람료를 챙기도록 해당 지자체도 문화재관리소도 몰랐다. 모르고도 “미등록 사립 박물관은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아” 몰랐다면 끝이다. 이번 범죄는 차량 방화 건을 조사하는 중에 어찌어찌 소 뒷걸음에 쥐 잡기 격으로 들통났다.

주변은 만져보고 맛보고 느껴봐도 모르는 가짜 천지인데 말이다. 뭐니 해도 가리기 힘든 부분은 인간짝퉁. 가수는 가짜 반주에 노래하고 하나뿐인 목소리마저 조작 끝에 탄생시킨다. 바른 길 가면 바보 되고 온갖 간판과 학위와 감사패로 치장한 뻔뻔이가 돼야 대접받는다. 세 닢짜리가 십만 냥짜리 흉본다. 능력 있는 알곡은 쭈그러든 쭉정이들에 거세당한다. 단일한 가치에 집착하는 원리주의 사회의 증거들이다.

가짜 박물관의 박물관장. 그도 진짜 같은 가짜가 하도 많다 보니 진짜·가짜 구분이 허튼 짓이 되는 시류의 핵심코드를 파고들었다. 박물관에 가면 가짜가 진짜 되는 아찔한 구조도 이것이다. 좋은 광고카피는 미사여구 아닌 상품의 축약된 실체인 것처럼, 선문답 같지만 진짜는 진짜다. 가짜 박물관에서 우리 학생들, 고사리 같은 유치원생들이 현장학습을 했고 숱한 가족들이 추억 남기기를 했다. 한번 더 뻔뻔하게, 원칙 없고 맥락 없는 사회의 본때를 보여주려 낯설기 하기를 시도했다고 그 박물관장이 말했다면 화라도 덜 나겠다. 진금부도(眞金不鍍), 진정한 황금은 도금하지 않는다는 말이 또 우습게 된 사건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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