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갓 쓰고 자전거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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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갓 쓰고 자전거 타다

  • 승인 2008-09-25 00:00
  • 신문게재 2008-09-26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은 얼마 전까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컴퓨터를 거부하고 연필로 원고를 쓰며 자전거 타고 취재를 다녔다. ‘자전거레이서’를 자임하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고 또 무서워하는 물건은 자동차”이며 “내가 싫어하는 차는 서너 명씩 타게 되어 있는 승용차”라고 썼다. 그런 그라면 모를까…


친환경 에너지 절감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활성화하자. 좋다. 네덜란드처럼 자전거가 당당한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고 김훈 같은 ‘피와 산소를 뿜어내고 근육을 당기는 삶’을 아는 사람이 줄 서 있다면 이 말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전거는 ‘모순’이다.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면서 차가 아니요, 사전은 ‘자전차’를 ‘자전거의 잘못’이라고 무엄하게 못박고 있다. 차라면서 차로로 못 다니고 멀쩡한 인도를 침범하는 무개념 사업에서 모순은 부풀려진다.

그렇게 건강에 좋고 값싼 두 다리 동력이라며 만든 길이 과연 얼마나 활용되는가. 쉬운 예로, 본 논설위원이 정장 입고 땀에 절어 출퇴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짙은 회의감이 몰려온다. 어제만 해도 비 맞고 누운 팥죽빛 자전거길이 아까워 부아가 치밀 지경이었다. 일전에 대둔산길을 따라 복수면 경계까지 자전거길을 가는 동안 오직 한 사람의 자전거 라이더를 만났다. 금산 지량리에 사는 김치중 서양화가가 그였다.

‘인생은 고달플수록 가치가 있다’가 좌우명이 아니라면 자전거길은 고행길이거나 아직은 ‘쇼’다. 옥천 중봉충렬제에서 스님, 목사님, 신부님이 사이좋게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대통령도 도지사도 군수도 자전거를 ‘탄다’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지만, 수고와 시간을 요하는 삶의 혜안까지는 못 보여주고 있다.

급기야 도로와 인도를 ‘다이어트’한 자전거길을 계획한다는데, 무제한적 확장공간이 아닌 적정공간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우대보다는 자전거도 안전문화에 길들여야 한다. 파리의 내로라하는 공공 자전거 벨리브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년 무사고·무벌점 운전인 필자는 차로를 쌩쌩 달리는 자전거가 겁난다. ‘사이클링은 위험한가? 맞다. 그렇다. 죽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명백히 위험하다.’(로버트 허스트)

기계론적 세계론에 치우친 차량주의적 세상에서 자전거란 교통체증, 대기오염, 고유가에 맞선 일개 대안 교통수단이지 마법의 바퀴는 아닌 것이다. 수송분담율 확보는 홍성·예산 도청신도시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네덜란드인처럼 겨울에 시린 손 호호 불며 타겠다면 또 모른다. 무엇보다 삶의 아늑함을 접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는 순리에 순응할 일이다. 오존농도가 환경 기준치를 넘을 때의 자전거 타기가 천식을 유발한다는 복병도 헤쳐가야 한다.

한때 자전거는 속도감의 대명사였으며 편한 복장을 입어야 해서 여성해방의 상징이었다. 다신 그런 귀부인, 아니면 예전 말 탄 아낙네나 나귀 탄 선비의 멋스러움을 기대하는 건 환상이다. 자전거 활성화가 자동차와 보행자를 성가시게 내모는 네거티브 성격이면 안 된다.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에어컨 쏘이며 책상머리에서 줄 긋는 행정은 ‘갓 쓰고 자전거 타기’의 부조화를 부른다는, 기본적으로 자동차와 자전거는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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