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위원인 필자부터, 사고는 확률론적으로 늘 발생한다기보다 재수와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는 동양적 안전문화에 젖어 과정보다 결과, 개선보다 처벌에 더 집착해 왔다. 결과가 무탈하면 별것 아니라며 그냥 봉합하기 일쑤였다.
독도 문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쇠고기 파동 등 외교안보 분야의 대형사고도 이러한 의식이 나쁜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과 엑스포과학공원을 잇는 자기부상열차 사고도 그렇다. 공중 선로 위에 나들이객이 갇힌 사고는 한 달 전 교사와 학생 등이 40분간 고립된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 「연꽃 위 귀신문전」(부여 외리 출토) |
서해안을 통곡에 빠뜨린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건은 씨프린스호의 실패학만 잘 받아들였어도 그렇게 파장이 커지지 않았다. 씨프린스호 사고 2년 전엔 제5금동호 사고가 있었다. 제1유일호, 호남사파이어호, 제3오성호, 씨프린스호 사고가 누적된 것이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다. 성공과 실패가 둘이 아닌 승패불이(勝敗不二) 발상을 무시한 업보인 것이다.
잘못을 무한정 관용하자는 게 아니라, 실패에 지배당하지 말고 지배하자는 것, 실패학을 재기학으로 삼자는 그것이다. 그리하면 YS 실패학을 MB 성공학으로도 만들 수 있다. 다시 1 : 29 : 300의 법칙(=실패의 하인리히 법칙)을 써야겠다. 1번의 대형사고엔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그 주변에서 300번의 징후가 감지됐다는 법칙이다.
이걸 숭례문 화재, 원전 사고,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모노레일 사고 등에 대입해보자. 인적 요인의 0등급(경미한 고장), 1등급 사고(단순고장)를 방치하면 6등급(심각한 사고), 7등급(대형사고)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치닫는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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