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귀신 그리기는 쉽다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귀신 그리기는 쉽다

  • 승인 2008-07-16 00:00
  • 신문게재 2008-07-17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분야를 막론하고 사고의 60∼90%는 인간 행위에 기인한다. 자기가 잘 아는 부분은 생각을 여간해서 바꾸지 않는 외고집, 잘못 되면 남의 탓과 여건 탓에 귀속시키려는 귀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 남을 순순히 믿는 것도 문제다. 그러길래 견마난 귀매이(犬馬難 鬼魅易)이다. 개나 말을 그리기 가장 어렵고 남이 잘 모르는 귀신 그리기가 가장 쉽다.


정부 산하 위원회인 원자력 등급평가위원회에 다녀왔다. 울진.고리.영광원전 등의 사고고장이 제62차 위원회 심의 의안에 올랐다. 안건 중 308번 버튼을 누를 것을 302번으로 잘못 누른 사건이 있었다. 휴먼 에러 누적인가 아닌가, 독립인가 종속인가로 한바탕 격론이 오갔지만 인적 실수 방지벽(절차서, 의사소통, 교육훈련)으로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고리원전 측 프레젠테이션에 후한 평점을 매겼다.

평가위원인 필자부터, 사고는 확률론적으로 늘 발생한다기보다 재수와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는 동양적 안전문화에 젖어 과정보다 결과, 개선보다 처벌에 더 집착해 왔다. 결과가 무탈하면 별것 아니라며 그냥 봉합하기 일쑤였다.

독도 문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쇠고기 파동 등 외교안보 분야의 대형사고도 이러한 의식이 나쁜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과 엑스포과학공원을 잇는 자기부상열차 사고도 그렇다. 공중 선로 위에 나들이객이 갇힌 사고는 한 달 전 교사와 학생 등이 40분간 고립된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 「연꽃 위 귀신문전」(부여 외리 출토)
▲ 「연꽃 위 귀신문전」(부여 외리 출토)
숭례문은 왜 불탔나. 임진왜란 때 왜병 손에 무사했고 병자호란 때 청병에 의해 파수를 당했으며 6·25 통에도 견딘 숭례문이 어째서 잿더미가 됐나. 이번엔 화성 행궁이 라이터를 든 취객에 ‘털릴’ 뻔했다. 관리가 허술해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는 숭례문 방화범의 말을 벌써 잊었다. 실패학 권위자 하타무라가 실패는 나쁜 거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나쁜 거라고 했는데 우리가 그랬다.

서해안을 통곡에 빠뜨린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건은 씨프린스호의 실패학만 잘 받아들였어도 그렇게 파장이 커지지 않았다. 씨프린스호 사고 2년 전엔 제5금동호 사고가 있었다. 제1유일호, 호남사파이어호, 제3오성호, 씨프린스호 사고가 누적된 것이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다. 성공과 실패가 둘이 아닌 승패불이(勝敗不二) 발상을 무시한 업보인 것이다.

잘못을 무한정 관용하자는 게 아니라, 실패에 지배당하지 말고 지배하자는 것, 실패학을 재기학으로 삼자는 그것이다. 그리하면 YS 실패학을 MB 성공학으로도 만들 수 있다. 다시 1 : 29 : 300의 법칙(=실패의 하인리히 법칙)을 써야겠다. 1번의 대형사고엔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그 주변에서 300번의 징후가 감지됐다는 법칙이다.

이걸 숭례문 화재, 원전 사고,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모노레일 사고 등에 대입해보자. 인적 요인의 0등급(경미한 고장), 1등급 사고(단순고장)를 방치하면 6등급(심각한 사고), 7등급(대형사고)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치닫는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5.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