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2019-03-13
커피로 잠을 쫓고 있는데 느닷없이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공부에 뜻이 있어 대학원으로 진학했지만 진로를 틀어 취업을 하기로 한 친구였다. 그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하면 안 되는 질문과 조언'에 대해 규탄했다. "친척들이 대학원 마치면 뭐 할껀지 물어보더니 요즘..
2019-03-12
가능성을 봤다. 대전이 문화도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 말이다. 지난 8일 세계적인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대전을 방문했다.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로 그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상업적인 건물을 짓지 않는다. 대신 영혼의 교감, 분위기, 이미지, 상상, 건물..
2019-03-11
이제 나이가 마흔하고도 두 해나 더 지났으니 34년 전이겠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이지만, 엄마 손을 잡고 처음 갔던 학교가 어린 내 눈에는 그렇게도 크게 다가왔었다. 강당도 없던 학교라 운동장에 한 줄로 줄을 서서 교장 선생님 훈화..
2019-03-10
연초부터 대전 체육이 어수선하다. 최근 대전체육단체가 양분되면서다.지난 2016년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서 '대전체육단체장협의회'가 설립된 지 2년 만에 또 다른 '대전체육단체협의회'가 만들어졌다. 이름만 다를 뿐 취지는 별반 차이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단체장협의회는..
2019-03-09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 지난 2012년 현대기아차 계열사 현대 모비스는 기업 PR 광고를 통해 과학계에 선풍적 화두를 던졌다. 캠페인 제목은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 총 3편의 시리즈를 통해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올바른 과학 교육에 대한 방..
2019-03-05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驚蟄, 3월 6일)이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겨울잠을 깬다고 했다. 기온은 갈수록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지역 경제는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의 진단이 어려울..
2019-03-04
각박한 취업난. 취업으로도 벅찬 와중에 슬픈 현실이 콕콕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찔렀다. NCS, 면접 등 취업하기 위해 공부와 씨름하면서 사회 진출에 사활을 거는 청년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일이었다. 지난달 발표된 공공기관 채용 비리 문제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2019-03-04
2019년이 시작된 지도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두 달이 지나갔다. 예전에 어른들이 우스갯소리로 '시간이 10대에는 10km로 가고 20대에는 20km, 30대에는 30km, 40대에는 40km로 간다' 더니 그 이야기가 점점 와 닿는 요즘이다.추운 걸 못 견디는 나는..
2019-02-28
"일단 목표는 크게 잡아야지, 알면서 왜 그래." 2013년 만년 꼴찌팀 한화이글스의 목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응용 감독이 했던 대답이다. 김 감독은 "야구라는 게 또 모르는 거야. 프로는 해봐야 아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대전시티즌이 개최한 팬과의..
2019-02-28
대전은 참 살기 좋은 곳이다. 인구수도 적당하고 열심히 일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처럼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곳도 아니며 출퇴근에 몇 시간씩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2004년 폭설을 제외하곤 자연재해도 대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도 충청도 양반이라 치..
2019-02-26
나의 첫 번째 꿈은 만화가였다. 9살, 처음으로 품은 꿈은 초등학교 내내 계속됐다. 동네 만화방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온갖 종류의 만화책을 읽고 따라 그려보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만화가라는 꿈은 "너 정도 그림 그리는 애들은 흔해 빠졌다"는 엄마의 이야기로 막을 내렸..
2019-02-24
또 한 명의 이십 대 청년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저물었다. 지난주 금요일 새벽, 대학입학을 앞두고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진 후 집으로 귀가하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 대학입학을 약 열흘 정도 앞둔 그였으며, 이제 스무 살이 된 어린 친구였다. 벚꽃..
2019-02-14
최근 정부의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발표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24조1000억원 규모의 여러 사업이 전국에 나눠졌다. 제안한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에 확정된 지자체는 환호했고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시민도 결과에 따라 같이 웃고..
2019-02-13
얼마전 종영된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누굴까? 아빠라고 불러보지도 못한 채 억울하게 죽은 혜나, 부모의 아바타로 살면서 정체성을 놓쳐버린 영재, 중년이 되도록 엄마 치마폭에 싸여 껍데기로만 살아온 강준상…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다면 '윤여..
2019-02-11
"정책 철학 부재가 시민 사회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지난달 29일. 대전의 해묵은 숙원 하나가 풀렸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으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노면전차(트램) 사업을 선정한 것. 이로써 1996년 정부의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 승인 이후..
2019-02-10
출근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만 생각했다. 잠결이라도 알람 소리가 3번째 울릴 때는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비몽사몽 준비한 뒤 집 앞 버스 정류장에 헐레벌떡 뛰어 내려간다. 603번 버스를 타거나 간발의 차로 놓치기라도 하면 애타게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고 타는 방법뿐..
2019-02-07
지난해 12월 말, 출입처를 막 옮겼을 때다. 영화 '말모이' 예고편이 웹사이트 상단에 떠 있었다. 제목만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영화였지만, 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의 조합이 신선하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1940년 시대를 배경으로 한글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어학회..
2019-02-06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등 공식선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나 조합장 선거는 조합의 수장을 조합원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내가 맡긴 자산을 관리하는 조합의 CEO를 선출하는 '조..
2019-01-30
국내 과학계에 대통령발 과정중심평가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 방문 중 연구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 과정과 성과를 함께 평가하겠다고 발언하면서다. 분명 멋진 말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과정중심평가가 어떤 상황인지 들여다보면 풀어야 할 숙..
2019-01-28
지역의 한 중소기업이 "현대중공업에서 기술을 탈취해 갔다"며 경찰에 고발한 일이 알려지면서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청권 강소기업으로 유명한 공주의 삼영기계 얘기다. 삼영기계는 거래처였던 현대중공업이 핵심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7년 경찰에 고발했고..
2019-01-27
최근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취업을 준비 중인 한 친구와 취업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취업준비생 친구는 공기업을 준비한다고 했다. 어떤 공기업에 지원하겠느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친구의 대답은 "아무 데나 상관없어. 다 써보고 NCS(국가..
2019-01-24
어릴 적부터 기관지가 안 좋았던 나는 부모님의 속을 많이 썩였다. 한밤 중에 아빠 등에 업혀 병원 응급실에 가기도 몇 차례였고, 배, 도라지, 녹용 등 기관지에 좋다는 음식은 안 먹어본 것이 없다. 크면서 다행히 점차 나아졌지만 주변에서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마스..
2019-01-22
대학 시절, 3년간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다녔다. 동물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본가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떠올라 거의 매주 출석도장을 찍었다. 학대, 유기, 출산공장에서 구조... 보호소에 오게 된 사연은 다양했다. 한쪽 눈이 없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도 흔했다. 나와..
2019-01-20
중학생 시절. 내 친구는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다. 애초에 짧았던 교복 치마를 더 짧게 줄였고 인삼밭이던 학교 뒤뜰에서 담배를 피웠다. 우리 엄마는 이런 사실을 몰랐음에도 그 친구와 놀지 말라고 했다. 물론 난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친구는 친구일 뿐이었다. 교복 치마도..
2019-01-17
기해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한 친구들과 함께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추위를 뚫으며 바닷가로 달렸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주차장에 고립돼 30분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내년엔 옥상에서 보자'를 연발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