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
대선 등 공식선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나 조합장 선거는 조합의 수장을 조합원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내가 맡긴 자산을 관리하는 조합의 CEO를 선출하는 '조합장 선거' 역시 조합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위한 초석이 되는 아주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보등록 기간이 가까워지고 선거 열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직들은 지키기 위해, 도전자들은 쟁취하기 위한 경쟁이 불이 붙으며 선거판에 진흙 물이 들고 있다.
최근 대전 서구 선관위는 선거를 앞두고 명절 선물, 인사 명목으로 조합원에게 기부행위를 제공한 혐의로 관련자 2명을 검찰 고발했다. 이들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현직 조합장이 선거에 유리하도록 업적과 성과와 함께 조합장 직·성명을 부각한 인사장을 조합원들에게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 금산에서도 음식물을 제공한 입후보 예정자와 조합원이 기부행위 제한에 위반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농협 합병 반대활동을 빌미로 금산의 한 식당에서 조합원에게 10만원~20만원 상당 음식물을 두 차례에 걸쳐 제공한 혐의다.
대전·충남뿐만 아니라 조합장 선거 관련 불법행위는 전국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광주선관위에서도 조합원과 그 가족에게 현금 200만원 뭉치를 건넨 혐의로 한 입후보예정자를 고발했고, 또 다른 입후보 예정자는 지난해 추석 즈음 조합원 3명에게 30만원 상당 상품권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했다. 경남선관위 역시 농협 상품권을 제공한 현직 조합장을 고발하는 등 불·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합장 선거운동이 제한적인 것도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전자의 경우 조합원을 만날 기회가 없어 '비뚤어진 방법'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선이라도 4년 동안 조합원을 관리해온 현직 조합장과 그렇지 않은 후보들이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도전자 입장에서는 조합원 전화번호나 주소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제공받을 수 없어 선거운동을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게임이다.
후보자 외에 그 배우자 등에 대한 선거운동 허용과 예비후보자제도,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 등이 포함된 '공공단체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행안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선거에 적용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물론 선거과열이나 비용증가라는 단점도 있지만,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는 고려해 볼 만하다.
모든 것을 떠나 불법은 저지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농협 조합장 선거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합원들의 축제로 치러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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