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봉사활동이지만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묽은 대변을 닦을 때도, 아무리 청소를 해도 끝이 없을 때도 아니었다. 바로 일주일 새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다. 매를 맞거나 쉴 틈 없이 새끼를 낳던 끔찍한 곳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끝내 좋은 새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작은 케이지에서 죽음을 맞은 것이다. 보호소에 가는 마지막 날까지 '죽음'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최근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이면'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모 대표는 '개고기 농장'에서 도살되기 직전의 개들을 구조한 뒤 안락사 시켜왔다. 이렇게 죽인 개들만 수백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개 농장에서 잔인하게 도살되느니 편안하게 죽는 게 낫지 않느냐. 이를 도와줬을 뿐"이라며 오히려 당당했다.
참혹했다. 동물보호단체 대표라는 사람의 태도가 동물을 유기·학대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귀여워서, 후원금이 필요해서... 이유만 다를 뿐 결과는 같다. 책임지지 못할 생명을 데려온 뒤 무참히 짓밟았다. 이 같은 사실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다른 동물보호단체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짙어졌다. "혹시 너희도 구조 후 안락사 시킨 것 아니냐"며 후원 중단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허탈했다. 봉사활동 하는 동안 한 마리라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종일 마음이 아팠는데 누군가는 하루에 200마리를 '처리'하고 있었다. 나는 박 대표에게 선택돼 살아남은 아이들만 봐 온 것일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무게는 같다. 고기를 먹지 말자, 낚시를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생명에 대해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켜야 한다. 구조를 해 왔다면 그 생명에는 책임을 졌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개고기 농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힘을 썼어야 했다. "어차피 죽을 거 편하게 보내줬다"는 신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사태로 후원금이 끊겨 다른 유기견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길,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조경석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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