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창 행정과학부 기자. |
지난 2012년 현대기아차 계열사 현대 모비스는 기업 PR 광고를 통해 과학계에 선풍적 화두를 던졌다. 캠페인 제목은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 총 3편의 시리즈를 통해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올바른 과학 교육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점이 호평을 받아 그해 각종 광고대상을 휩쓸었다. 해당 광고는 과거와 달리 어린이들이 하나같이 연예인을 지망하는 세태를 조명하고, 국·영·수 강조 보다는 과학에 대한 어린이의 흥미도를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예전에 과학자가 인기 직업이었다는 기억을 시청자로부터 끄집어낸 광고의 소구점이 당시 시장에서 통했던 배경에는 '우리에겐 연예인보다 과학자가 더 필요하다는 인식'과 '지금은 과학자가 인기 직종이 아니라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했다. 다르게 표현하면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가 희망하는 직종과 지망이 촉구되는 직종이 다른 데서 오는 부조화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에 대한 흥미도를 높여야 한다는 광고 캠페인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의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과연 대한민국 과학계와 교육계가 흥미 고취를 도외시 했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출연연 별로 탐방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다, 교육계도 교육과정을 거듭할수록 과학교육에서 이론보다는 실험 및 체험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인기 직종이 옮겨가는 있다는 점에서도 꼭 엔터테인먼트가 인기를 추동하는 근본적 특성은 아닌 셈이다. 결국 인기 직종을 결정하는 요소는 '재미' 보다는 돈·권력·명예로 상징되는 여러 자본이다. 경제자본·사회자본·상징자본으로 대표되는 자본이 인간의 욕망이 꿈꾸는 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 인재가 모여드는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는 일명 욕망이 꿈틀거리는 도시로 불린다. 개인의 욕망을 인정하고 욕망을 열정으로 독려하는 문화가 숨 쉬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과학기술인이 본인의 욕망을 사회적 방법으로 실현하는 과정을 칭송하는 곳, 실리콘밸리가 부러워지는 이유는 그래서다.
스티브 워즈니악과 빌 게이츠가 얼마나 고상한 사람인지보다 그들이 이룬 성취와 사회 진보에 끼친 영향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대한민국에서도 과학기술을 통한 성취가 어린이들에게 큰 꿈으로 자리 잡으리라고 믿는다. 과학기술진흥의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바람직한 방법으로 실현되도록 돕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한윤창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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