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행정과학부 기자 |
지난달 29일. 대전의 해묵은 숙원 하나가 풀렸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으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노면전차(트램) 사업을 선정한 것. 이로써 1996년 정부의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 승인 이후 23년 만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그동안 도시철도 2호선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정부가 막대한 사업비를 이유로 지하화를 허가해 주지 않으면서, 건설 방식을 놓고 결정하지 못하면서다. 염홍철 전 시장이 고가 건설의 자기부상 열차 방식으로 추진해 예타를 통과했지만, 권선택 전 시장이 친환경 교통체계라며 트램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마저도 권 전 시장이 재판을 받으면서 탄력받지 못했고, 결국 정부의 확정을 받지 못했다. 대전 시정을 결정하는 수장의 책임이 크다.
트램의 예타 면제 결정 이후 교통혼잡 등 갖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트램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 사회의 의식이 중요하다. 대전시의 트램 정책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대전시장의 정책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허태정 시장이 그간 보여준 '트램'에 대한 모습은 우려스럽다. 허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후보 시절 대전시 최대 현안인 '트램'에 대한 확실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당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타당성 재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정부의 결정만 기다린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트램이 무산되면 공공교통체계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사실상 트램을 포기한 듯한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 염 전 시장 등 외부에서 트램을 반대하며 '고가 자기부상열차'를 주장할 때도 침묵했다. 더욱이 트램 사업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대중교통 혁신단'도 지난해를 끝으로 해산했다. 앞으로 트램 담당 조직을 신설해야 해 결과적으로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정부의 예비 면제 사업 공모에 트램을 신청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트램'보다는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사업을 우선 추진하려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가 SOC 사업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사업을 사실상 제외해 '트램'을 사업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허 시장이 시정을 생각하는 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물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지 않는다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전시 수장으로서 시정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힘을 잃는다. 수장이 결정을 해주지 않는데 담당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하다. 정책에 대한 철학적 고민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해결하면 의도를 종잡을 수 없는 갈지(之)자 행보가 된다. 정책은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모두가 예측할 수 있도록 마련돼야 한다.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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