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도입된 예타는 정부 재원이 포함되는 대규모 신규 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조사하는 절차다. 지자체장의 선심성 사업으로 혈세 낭비를 막는 게 주 목적이다.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정부 예산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건설·정보화사업 등이 그 대상이다. 대전시는 도시의 오랜 꿈이던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단선 노선밖에 없던 대전 도시철도에 드디어 추가 노선이 생긴다. 2025년 건설 완료될 트램은 교통약자의 발로서 도시 모습을 상당 부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민의 한 명으로서 2호선이 확정된 데 대한 안도와 기대를 뒤로하고 이번 예타 면제를 둘러싼 논란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밤 TV에서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격론을 벌이는 남녀 출연자의 모습을 봤다. 여성 출연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예타 없이 4대강 사업을 대표적 예로 들며 정부를 비판했다. 남성 출연자는 인구가 적고 경제력이 없는 곳은 예타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예타 면제 같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견 모두 맞는 말 같지만 어떤 가치와 철학이 기초가 되느냐에 따라 맞고 틀려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 예타 면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역의 공공인프라 사업들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예타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부분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강구한 방식이 예타 면제다. 예타를 거치지 않지만 가장 타당성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이 무엇인지 함께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결과는 이미 나왔지만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성보다 공공성을 따져야 할 사업은 보다 관대하게 봐야 한다는 거다. 22조원을 들여놓고 애물단지가 된 4대강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건 무리가 아닐까.
그런가 하면 전국에 여전히 예타 중에 있는 사업들이 있다. 이번 예타 면제로 현재 정식 절차를 밟아 예타를 받고 있는 사업이 그 영향을 받아선 안 될 것이다. 지역에선 대전의료원이 다다음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혹시 이번 예타 면제 때문에 B/C 분석 결과를 떠나 기재부가 정부 재정을 이유로 더 엄격하게 사업을 들여다볼지 모른다는 우려가 들린다. 의료원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돈이 없어서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경제성을 따지기 전 공공인프라를 생각해 예타 면제라는 카드를 꺼냈던 현 정부의 포용 철학이 이번에도 유효할 거라 믿는다. 임효인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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