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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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싸움

박전규 경제사회부 차장

  • 승인 2019-01-28 16:38
  • 신문게재 2019-01-29 22면
  • 박전규 기자박전규 기자
박전규
▲박전규 차장
지역의 한 중소기업이 "현대중공업에서 기술을 탈취해 갔다"며 경찰에 고발한 일이 알려지면서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청권 강소기업으로 유명한 공주의 삼영기계 얘기다. 삼영기계는 거래처였던 현대중공업이 핵심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7년 경찰에 고발했고, 이 사건은 지난해 말 대전지검에 송치된 상태다.

삼영기계는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인 '피스톤' 제품을 1997년부터 양산용으로 현대중공업에 납품했다.

그러던 중 2012년 8월부터 2016년까지 현대중공업은 피스톤 생산의 모든 공정에 대한 제조기술 관련 문서를 요구했다는 게 삼영기계 측의 주장이다. 문서를 넘긴 후부터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의 피스톤 납품량을 점차 줄였고, 결국 지난해 거래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이 삼영기계에 요구해 탈취한 모든 기술자료는 기업의 핵심기술 자산"이라며 "현대중공업은 이런 기술자료를 갑의 위치에서 탈취하고, 강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해당 기술은 삼영기계가 아닌 현대중공업의 기술로,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도면에 따라 부품을 제작해 납품한 것"이라고 기술탈취 사실을 부정했다.

현재 부산지법에서는 삼영기계가 되려 피고인 입장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6년 당시 현대중공업의 '힘센 엔진'이 짝퉁으로 국내외에 나돌기 시작했는데, 협력업체인 삼영기계가 설계도면을 유출했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주장이다. 현대중공업의 고발 건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은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대기업 기술탈취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대기업의 기술탈취 근절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토론회에서 송 의원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대표적 '갑질' 행위로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며,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약탈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의 기술탈취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에서 현대중공업의 삼영기계 기술탈취 의혹이 또다시 제기된 것이다. 당시 국감 현장에서도 현대중공업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삼영기계와 현대중공업의 싸움은 법원과 검찰로 넘겨진 상태다. 수사와 법정싸움이 길어지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피해만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법적 대응 부분에서도 국내 대형 로펌을 주로 이용하는 대기업이 한 수 위다. 어찌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법정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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