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걸 못 견디는 나는 사계절 중 겨울을 제일 싫어한다. 20대 때 스키장에서 밤새 추위에 떨었던 경험으로 남들은 그리 재미있다는 스키장을 10년이 넘게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매년 추워지는 11월부터 따뜻한 봄을 기다렸다. 매번 출근을 하거나 점심을 먹으러 나가거나 할 때면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아~추워. 얼른 따뜻한 봄이 왔으면."
그리고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3월, 봄이 왔다. 지난주까지도 두꺼운 패딩을 입었었는데 이제 패딩의 무게가 거추장스럽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눈에 띄게 얇아졌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처럼 사람들의 얼굴에도 좀 더 생기가 도는 것도 같다.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나는 평소보다 좀 더 설레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게 됐다. 마침내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부터 말로만 듣던 '학부모'가 된다.
두 달 전 쯤 저녁 늦게 통장 아주머니가 가져다 준 한 장의 작은 입학통지서, 그 종이 한 장에 새겨진 아이의 이름에 남편과 가슴 뭉클해 했다. '이제 우리 아이가 정말 다 컸구나'하는 뿌듯함과 설렘. 그리고 워킹맘인 나로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후로 예비소집일에 참석하고 돌봄교실을 신청하고, 반 배정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주변 친척들에게 축하의 말과 함께 선물도 받고 아이와 함께 책가방도 고르고 필통도 골랐다. 매년 아이의 새 학기를 준비했지만 올해는 좀 더 특별했던 것 같다.
3월의 첫 월요일, 오늘 나처럼 전국의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새로운 출발을 맞을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비롯해 유치원, 어린이집의 첫 등원, 중·고등학교의 첫 등교, 회사의 첫 출근 등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입학, 개학, 개강 등과는 거리가 멀어진 어른들에게도 3월은 시작의 계절이다. 봄을 맞아 다이어트, 금연, 절약 등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집안의 침구도 바꾸고 새 옷을 준비하는 등 겨우내 웅크렸던 몸과 마음에서 벗어나 활기찬 변화를 준비한다.
'시작'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레고 떨리게 마련이다. 3월의 봄, 새로운 시작을 맞으며 저마다 제각각의 꿈과 목표를 다짐했으리라.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며 나 역시 마음에 새긴 글귀가 있다.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되자.'
설레는 오늘, 나와 내 아이와 같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서혜영 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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