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정치부(체육담당) 차장 |
지난 2016년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서 '대전체육단체장협의회'가 설립된 지 2년 만에 또 다른 '대전체육단체협의회'가 만들어졌다. 이름만 다를 뿐 취지는 별반 차이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단체장협의회는 76개 종목 회장단 모임에서 규모가 줄었고, 단체협의회는 회장뿐 아니라 부회장, 전무이사 등이 함께하는 친목 모임이 됐다.
이러한 체육 단체는 전국적으로도 3~4개밖에 없다. 체육발전을 위해 종목 회장 등이 모임을 결성해 현안을 진단하고 우수선수 발굴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이중 대전은 2개 협의체가 운영되는 유일한 도시가 됐다. 타 시도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수면 아래에 있던 단체장협의회 분열은 지난해 12월 분출됐다. 2대 의장 선거에서 정상적인 규정과 절차 등이 문제 되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당시 신임 의장이 선출됐지만, 일부 단체들은 불만을 성토했다.
급기야 이를 불복한 경기종목단체는 새로운 협의회를 구성해 발기인대회를 열고 최근 출범했다.
체육 종목 간 화합과 소통은 온데간데없는 '감투싸움'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대전 체육을 이끌어 가는 종목단체의 내부 갈등을 외부로 들고 나온데에 유감을 표하고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열'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특히 충청권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와 '100회 전국체육대회' 등 산적한 현안에도 단체 간 뒷집만 질뿐 소통하지 않고 있다. 자구책 없이 중재하지 않은 대전시체육회에만 서운한 감정만 전달할 뿐이다.
이러한 무책임은 대전 체육 발전보다 '보여주기 식'에만 치중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해오던 사업들을 끼워 맞추면서 설립 명분만 내세웠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의 명예를 위해 폭염 속에서도 땀흘려 맹훈련하는 선수들은 안중에 없고, 오직 '감투'를 놓고 진흙탕 싸움만 벌이고 있다.
체육계의 '한지붕 두 가족' 탄생으로 우려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연말 정치·체육 분리로 민간 체육회장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감투싸움'이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두 단체 협의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종목 회장들의 이름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내심 이를 즐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연초부터 불거진 밥그릇 싸움에 대전 체육계가 요란하다. 선수와 지도자가 중심이 돼 현안사업을 해결하기보다 자리에 연연해 하고 있다.
한창 성적을 내야 하는 어린 선수들에 희망을 심어줘야 하는 이들이 이권 싸움에 혈안이 돼 아이들은 방치되고 있다. 부디 훌륭하고 올바르게 성장하려는 미래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들의 땀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습이 다시 한 번 연출 되지 않기를 바라며, 체육계가 화합과 소통된 모습으로 지역 체육발전과 현안을 챙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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