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미세먼지, 그리고 숨 쉴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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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세먼지, 그리고 숨 쉴 수 있는 권리

  • 승인 2019-01-24 10:29
  • 서혜영 기자서혜영 기자
나 22
어릴 적부터 기관지가 안 좋았던 나는 부모님의 속을 많이 썩였다. 한밤 중에 아빠 등에 업혀 병원 응급실에 가기도 몇 차례였고, 배, 도라지, 녹용 등 기관지에 좋다는 음식은 안 먹어본 것이 없다. 크면서 다행히 점차 나아졌지만 주변에서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웬지 답답하고 환자 같아서 엄마가 챙겨준 마스크는 늘 방 한구석을 굴러다니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홀대하던 마스크가 나의 필수품이 됐다. 그것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 뿐만이 아닌 봄부터 겨울까지 사시사철 말이다. 바로 계절도 상관없이 연중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올 겨울은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각해 국민들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미세먼지는 이제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을 정도다. 연막을 뿌린 듯 뿌연 하늘에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일은 필수가 됐으며, 가족의 건강에 민감한 엄마들은 핸드폰에 미세먼지 관련 어플을 깔아두고 실시간으로 수치를 확인한다.

미세먼지로 인해 학교 체육이나 소풍, 회사 등의 행사가 취소되기도 하고, 미세먼지용 마스크도 불티나게 팔린다. 집 안 곳곳에서는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공기청정기가 몇 대씩 자리 잡게 됐으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창문을 꼭꼭 닫고 환기도 시키지 않는다.



식탁의 풍경도 바뀌었다. 요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라도 줄이겠다며 굽거나 튀기는 대신 먼지가 적게 나오는 '찜' 형태로 요리를 하는 주부들이 늘었으며 가스레인지 사용을 아예 안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몇 년 전 환경부가 '고등어구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많은 비난을 받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우리 삶의 절박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올 봄 벚꽃이 만발하던 어느 날이었다. 두 살배기 딸과 함께 외출을 하기 위해 커서 잘 맞지도 않는 마스크를 씌어주며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땐 날만 좋으면 나가 뛰어 놀았는데… 내가 마음껏 숨도 쉬지 못하는 세상에 너를 낳았구나.' 올 봄 찍어준 아이들의 사진을 보다보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들이 꽤 있다. 하얀 벚꽃 밑의 하얀 마스크를 쓴 아이들…. 사진을 볼 때마다 뭔가 씁쓸하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리던 짝꿍의 그림에는 공기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다. "말도 안된다"며 놀렸던 짝꿍의 상상은 이제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우리 아이들이 미세먼지 걱정없이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날이 올까? 이제 숨 쉴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것 같다. 마음 한 켠이 답답해진다.

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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