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전시티즌이 개최한 팬과의 만남 자리에서 대전은 2019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았다. 팬들과 지역 축구계는 "시티즌이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1부 리그 진출도, 2부 리그 우승도 아닌 리그 4강이 새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라니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24일 있었던 대전시티즌의 2019시즌 출정식과 26일 K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고종수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고 감독은 지난 "시즌 목표로 잡았던 5위를 초과 달성하여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만큼 이번 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았다"며 "팀의 현실적인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보통 하위리그 리그 팀들의 경우 신생팀을 제외하곤 상위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년 연속 2부 리그에 머물렀고 지난해 4강까지 진출했던 팀이 승격이 아닌 4강 진출이라니 이를 받아들이는 팬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산, 부천, 광주 등 대전시티즌과 승격 경쟁을 벌였던 팀들은 물론 대전보다 하위권에 있었던 수원 FC와 서울이랜드도 1부리그 승격을 목표로 잡은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대전이 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로 잡은 배경에는 시티즌이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대전의 핵심전력이었던 황인범이 해외로 진출하고 주전급 선수 일부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즉시 전력감이었던 임대 선수들도 돌려보냈다. 지난 시즌 대비 전력이 약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여 K리그 2 다른 팀들에 비해 팀의 가량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키쭈, 가도에프, 뚜르스노프 등 리그에 적응한 외국인 선수들이 이번 시즌에도 남았고 도움 1위를 기록한 박수일도 건재하다. 아산의 골문을 지켰던 박주원도 대전으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남겼던 박인혁을 비롯해 가능성을 보여준 신학영, 부상에서 돌아온 김승섭도 즉시 전력으로 손색없는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무패행진 대부분은 황인범 복귀전에 일궈낸 성적이다. 팀 스스로 목표를 낮게 잡을 이유가 없다.
26일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아산의 박동혁 감독은 "대전을 혼내주겠다"고 경고했다. 아산은 올해 초 해체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팀이다. 주전급 선수들이 전역을 앞두고 있지만, 오히려 자신감은 충만해 보였다. 단순한 쇼맨십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를 보는 아산 팬들은 겨우내 받았던 상처를 상당 부분 위로받았을 것이다. 프로구단은 팬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고 팬들은 이를 사랑과 경제적인 지지로 되돌려 준다. 이는 프로구단의 생명력과도 직결된다. 대전시티즌의 현실이 녹록하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팬들에게 강인한 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구단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꼴찌팀이었던 한화이글스가 가을야구를 끊임없이 외쳤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대전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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