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부 원영미 차장 |
강당도 없던 학교라 운동장에 한 줄로 줄을 서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을 들었고, 그 줄 맨 앞에는 처음 만나는 담임선생님이 서 계셨다. 한 동네에서 같이 입학한 동갑내기 친구들과 내 가슴에는 똑같은 '흰색 이름표'를 옷핀으로 고정해 달았다. 입학식이 끝나고 난 후에는 아래로 연년생인 동생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러 가서 무척이나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 입학식 하면 짜장면이지~.
어느덧 이제는 내가 학부모가 되어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가게 됐다. 왠지 내가 입학하는 것 마냥 며칠 전부터 잠이 오질 않았다. 설렘 탓일까, 두려움 탓일까.
7년 전 봄, 3월 마지막 날 하루를 꼬박 넘기는 진통 끝에 첫 아이를 품에 안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그 조그맣던 아이가 훌쩍 자라 초등학생이 되다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출근할 때마다 이산가족이라도 되는 것 마냥 눈물도 모자라 콧물까지 훌쩍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떼야 했다. 곧바로 돌아서지 못해 어린이집 주변을 배회하며 아이 교실이 있는 창문 밑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릴까 귀를 대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나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녀석. 입학식 날, 초등학교가 뭐하는 곳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덩치만한 책가방을 메고 가는 뒷모습이 왠지 귀여우면서도 기특했다. 짜장면이 아닌 탕수육을 먹고 입학식은 잘 지나갔다.
그런데 둘째 날 일이 터졌다.
이 녀석이 축구수업이 끝나고 돌봄교실로 가야 하는데, 선생님이 안내를 해주지 않아 같은 반 친구랑 놀다가 혼자 집에 와버린 것이다. 아침에 분명히 축구 끝나고 1학년 2반 돌봄교실로 가야 한다고 거기서 기다리는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해줬건만. 친구 엄마에게 "우리 엄마도 기다리면 온다"고 했다며.
결국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아 혼자서 집에 걸어와서는 울며 전화를 했다. 나도 너무 놀라 눈물이 터졌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집으로 차를 달렸다.
아무리 학기 초라지만 서로 소통이 안돼 아이를 제대로 인솔하지 못한 학교가 원망스럽다가, 그래도 그동안 엘리베이터 타고 혼자서 집 번호 누르고 들어가는 것 연습해두길 참 잘했다며 '아무 일 없으니 됐지'하며 불안했던 마음을 애써 달랬다.
그날 친정엄마가 전화를 걸어와 "학부모 된 소감이 어떠냐"며 내게 물었다.
나보다 더 어렸던 32살의 우리 엄마. 엄마에겐 내가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고 불안하고, 때론 기특하기도 하고 그랬겠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거치며 나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잘해보자 아들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