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입학의 추억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입학의 추억

경제사회부 원영미 차장

  • 승인 2019-03-11 14:08
  • 신문게재 2019-03-12 22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웹용
경제사회부 원영미 차장
이제 나이가 마흔하고도 두 해나 더 지났으니 34년 전이겠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이지만, 엄마 손을 잡고 처음 갔던 학교가 어린 내 눈에는 그렇게도 크게 다가왔었다.

강당도 없던 학교라 운동장에 한 줄로 줄을 서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을 들었고, 그 줄 맨 앞에는 처음 만나는 담임선생님이 서 계셨다. 한 동네에서 같이 입학한 동갑내기 친구들과 내 가슴에는 똑같은 '흰색 이름표'를 옷핀으로 고정해 달았다. 입학식이 끝나고 난 후에는 아래로 연년생인 동생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러 가서 무척이나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 입학식 하면 짜장면이지~.

어느덧 이제는 내가 학부모가 되어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가게 됐다. 왠지 내가 입학하는 것 마냥 며칠 전부터 잠이 오질 않았다. 설렘 탓일까, 두려움 탓일까.

7년 전 봄, 3월 마지막 날 하루를 꼬박 넘기는 진통 끝에 첫 아이를 품에 안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그 조그맣던 아이가 훌쩍 자라 초등학생이 되다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출근할 때마다 이산가족이라도 되는 것 마냥 눈물도 모자라 콧물까지 훌쩍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떼야 했다. 곧바로 돌아서지 못해 어린이집 주변을 배회하며 아이 교실이 있는 창문 밑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릴까 귀를 대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나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녀석. 입학식 날, 초등학교가 뭐하는 곳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덩치만한 책가방을 메고 가는 뒷모습이 왠지 귀여우면서도 기특했다. 짜장면이 아닌 탕수육을 먹고 입학식은 잘 지나갔다.

그런데 둘째 날 일이 터졌다.

이 녀석이 축구수업이 끝나고 돌봄교실로 가야 하는데, 선생님이 안내를 해주지 않아 같은 반 친구랑 놀다가 혼자 집에 와버린 것이다. 아침에 분명히 축구 끝나고 1학년 2반 돌봄교실로 가야 한다고 거기서 기다리는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해줬건만. 친구 엄마에게 "우리 엄마도 기다리면 온다"고 했다며.

결국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아 혼자서 집에 걸어와서는 울며 전화를 했다. 나도 너무 놀라 눈물이 터졌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집으로 차를 달렸다.

아무리 학기 초라지만 서로 소통이 안돼 아이를 제대로 인솔하지 못한 학교가 원망스럽다가, 그래도 그동안 엘리베이터 타고 혼자서 집 번호 누르고 들어가는 것 연습해두길 참 잘했다며 '아무 일 없으니 됐지'하며 불안했던 마음을 애써 달랬다.

그날 친정엄마가 전화를 걸어와 "학부모 된 소감이 어떠냐"며 내게 물었다.

나보다 더 어렸던 32살의 우리 엄마. 엄마에겐 내가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고 불안하고, 때론 기특하기도 하고 그랬겠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거치며 나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잘해보자 아들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2.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3.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4.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5. 충남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 속도 높인다
  1.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2. 대전·충남 법조계, "비상계엄 위헌적·내란죄 중대 범죄" 성명
  3. [사설] 어이없는 계엄령, 후유증 최소화해야
  4. 전교조 대전지부 "계엄 선포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
  5.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

헤드라인 뉴스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께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하고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