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18-01-21
"잘 지내시죠, 선생님? 매년 스승의 날마다 선생님 생각 많이 났는데 바쁘단 핑계로 연락을 못 드렸어요. 죄송해요. 건강하시죠?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셨다고 들었어요. 선생님, 많이 보고 싶어요. 3학년 때 제일 재밌고 행복했거든요. 우리반만 모여서 뮤지컬 보러 간 날..
2018-01-08
"눈이다!"어디선가 아이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드니 창밖 너머로 하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소올솔 김이 오르는 둥굴레차 위로 이러 저리 흩날리는 눈발이 아이들의 재잘거리며 뛰노는 발자국처럼 가볍기만 합니다. "선생님, 눈사람 만들어도 돼요?""..
2017-12-11
"선생님~ 오늘 3교시 수업은 뭐에요?",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코끼리 선생님!" 매일매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점심먹는 시간에도, 심지어 방과후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직전까지 아이들과 함께 한다. 그 생활이 참..
2017-12-04
이해인 시인의 산문집 '꽃삽'과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라는 책을 늘 가까이 두고 읽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시인의 마음처럼 평범한 교실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들만의 향기로 말을 걸어오는데 그 순간들을..
2017-11-20
가을이 참 좋다. 학교가 참 좋다. 아이들이 참 좋다. 동료들이 참 좋다. 요즈음 내가 느끼는 단상들이다. 오랜 동안 학교를 떠나 교육행정에 몸담았던 나로서는 갓 교사를 시작할 때와 같은 설레임으로 올해를 보내고 있다. 어느 조직에 있다한들 책무에 소홀할 수 없었기에,..
2016-10-25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아침에 이불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평소보다 조금 더 힘들다. 그래서인지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은 언제나 분주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쁘게 학교에 도착하여 먼저 온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니 깍쟁이 하민이가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2016-10-18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 중에서) 제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8일간의 열전 끝에 막을 내렸다.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참가자 중에서 입상자는 약 12%에 불과하다. 그 만..
2016-10-11
플라타너스 나뭇잎을 간질이며 살랑살랑 가을 바람이 부는 아침 나절 혹은 맑고 고와서 가만히 어루만지고 싶은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비출 때면 윤동주의 '서시'를 낭랑하게 읊거나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를 떠올리게 된다.
가을 감성은 시 낭송과 참 잘 어울린다. 그..
2016-10-04
교감의 업무는 참으로 방대하다. 아침 출근 후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교통지도를 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선생님들의 업무 지원, 교내 장학, 교원 인사 업무 처리, 교장선생님의 학교 경영 비전에 동참해 발맞추어 나아가는 일, 다양한 직종(지방직 공무원, 교육공무직원..
2016-09-27
우리 학교 정문 옆에 명상숲을 조성했다.
명상숲에는 깽깽이풀, 꿀풀, 꽃창포, 족도리풀, 어성초, 원추리, 옥잠화, 앵초 등 50여종의 야생화, 황금사철나무, 화살나무, 수수꽃다리,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10여종의 나무를 심어 놓고, 시화와 명언 등 30개를 게시..
2016-09-20
요즘도 '소통'은 교육 현장의 이슈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소통 부족이라고들 한다.
문득 지난 7월 여행 중, 모 TV방송에서 상영된 '꽃보다 누나'의 배경이 되었던 넥타이, 만년필, 달마시안으로 대표되는 크로아티아 국경에서의..
2016-09-13
'똑똑똑' 소리 나기가 무섭게 “교장 선생님, 당(糖)떨어졌어요”하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우르르 교장실로 들어온다.
10분의 짧은 쉬는 시간은 아이들이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다음 수업을 준비하고 친구들과 달콤한 수다를 떠는 등 할 일도 많은데 그 틈을 이용해서 내..
2016-09-06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최근 당신에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나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올림픽 금메달, 지면을 가득 채운 정치적 사건들, 수많은 사회면의 사건 사고들이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2..
2016-08-30
“선생님, 저 오늘도 씨앗 가지고 왔어요.”
“고마워요. 엄마께서 여러 종류의 씨앗을 보내 주셨군요.”
우리 학교는 면 소재지에서도 한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벽지학교다.
더군다나 아토피 안심학교이다보니 학부모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이사를 와 농촌에서 흔히..
2016-08-23
작년 가을 즈음, 우리 학교의 모 선생님이“교감선생님, 저는 학생들과 즐겁게 수업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올해는 학교 올 맛이 나네요.”라고 뜬금없이 말을 하시면서 밝게 웃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이 위와 같이 행복해하면서 학생을 가르칠 때 우리의..
2016-08-16
지난 3월, 우리 학교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동쪽 울타리 석축 작업이 시작되었다.
인근 주택과 맞닿아있는 언덕에 쓰레기가 많아서 미관상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안전 문제도 계속 제기되었다.
이번에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석축 공사를 하게 되어 정년을 앞두고..
2016-08-09
영어캠프, 육상부 강화훈련, 온누리캠프, 이중언어교육, 진로체험활동,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꿈동이 독서방(도서관) 개방, 화장실 화변기 교체 공사 등 오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비록 운동장과 교실 복도에 왁자지껄함이 덜하긴 해도 학교는 학생 교육을 위해 활력..
2016-08-02
월요일 아침. 오전 내에 제출해야 할 공문 때문에 서둘러 출근한다. 수업이 꽉 차 있어 공강(空講)을 기대할 수도 없다.
6학년 1반 교탁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빠르게 로그인을 한다. 업무를 막 시작하려는 순간, 우리 반 남학생 하나가 쪼르르 다가온다.
“쌤..
2016-07-26
“이 나무는 이름이 뭐죠?”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학교 뜰을 한바퀴 돌 때 교장선생님께서 나무 하나를 가리키며 물으셨다.
“내가 퇴임을 하기 전에 우리 학교에 있는 나무들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떠나야겠어요. 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으니 한밭수목원에..
2016-07-19
'새로운 시작' 이라는 단어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공존 하는 것 같다. 올 2월 말 나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 다가왔다. 중등임용고시에 당당히 합격을 해서 '보건교사'라는 간호사로서의 제2의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병원 생활을 병행하며 준비해 합격을 이뤄..
2016-07-12
“지금, 당신은 생각 당하고 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직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얼마 전 우리나라에 인문고전 읽기의 붐을 일으켰던 이지성 작가가 쓴 '리딩으로 리드하다'의 후속작인 '생각하는 인문학'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무한 경쟁에 시달리며..
2016-07-05
오늘 아침 1학년 학생 하나가 교무실에 들어와 과학 선생님을 찾는다. 그 학생은 찾는 선생님이 안 계시니 다른 선생님들께 여쭈어본다.
“선생님, 00쌤 어디 있어요?” 00은 정년을 코앞에 둔 남자 선생님이다. 아마도 학생에게는 친근한 선생님에 대한 호칭이 아닐까..
2016-06-28
유아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유아들을 만나는 행복감으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올 봄 햇살이 아름다운 날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만 5세 유아 54명을 대상으로 매일 유아 4~6명과 함께 유치원 뒷산에 다녀왔다. 특수학급 유아들도..
2016-06-21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좇으며 책상위에 놓여있는 달력을 물끄러미 본다.
학교행사 및 업무보고로 가득 찬 6월 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 쳐 놓은 날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선생님, 우리 이번에는 어디로 가요?”
빨간색 동그라미로 아이들 마음이 모아진..
2016-06-14
요즘 교육계의 화두는 행복교육이다.
행복교육의 의미는 많은 지식을 암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을 좋아하게 하고 나아가 배움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일본 교육개혁을 이끄는 후지하라 가즈히로 교장(나라시 이치조고교)은 성장사회에서 성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