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만필]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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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만필]우리 아이들

박지연(글꽃초 교사)

  • 승인 2017-12-04 16:27
  • 수정 2017-12-04 16:57
  • 신문게재 2017-12-05 22면
  • 박지연 글꽃초 교사박지연 글꽃초 교사
2017-12-4 글꽃초 박지연
글꽃초 박지연 교사
이해인 시인의 산문집 '꽃삽'과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라는 책을 늘 가까이 두고 읽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시인의 마음처럼 평범한 교실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들만의 향기로 말을 걸어오는데 그 순간들을 사랑하고 싶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귀 기울여 들어주다보면 아이들은 온갖 이야기들을 다 꺼내놓는다. 어제 오후에 운동장에서 놀았던 일, 아침에 오면서 있었던 일, 아팠던 일, 친구에게 있었던 일 등 아이들은 참 할 말이 많다. 이 많은 말들이 아이들의 삶인 것이다. 아이들과 도덕 시간에 인권 존중의 문제를 다루었다. '나를 위해서 이것만은 꼭 지켜줘'라는 활동으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해보았다. 많은 아이들이 내게 놀리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을 이야기 했다. 아이들이 놀리는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른보다 더욱 아이들은 말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싶고 아이들에게 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아름다운 말을 하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란다. 우리 교실에 아름다운 언어 향기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아이들 가까이 가기 위해 아이들과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종종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빌려 시작된 놀이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말 전하기 놀이, 수건돌리기 놀이,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등으로 평범하게 시작되었는데 교실 피구 놀이를 새로운 규칙으로 계획해내기도 하고 신발 던지기 놀이를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보기도 한다. 놀이에서 진 경우 받게 되는 벌칙으로 주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벌칙을 받는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불러주며 이것 또한 놀이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어떤 놀이 아이디어를 생각할까' 하며 내심 기대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 향기를 느껴본다.

국어 시간에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 이라는 글을 통해 인물이 추구하는 삶을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았다. 나비가 애벌레에서 번데기,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하는 것처럼 더 나아지고 발전하기 위해 사는 것, 원숭이가 단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게 사는 이유라고 말한 것처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어딘가에 소속되어 자신의 지위를 만들어 가며 사는 것, 백조가 아름다움을 위해 산다고 한 것처럼 외면적 아름다움과 내면적 아름다움을 가꾸어 가기 위해 사는 것, 꿀벌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꿀을 모으고 벌집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만의 일을 찾아 부지런히 일하는 것, 곰돌이 워셔블이 소녀를 만나 사랑받으면서 자신이 사는 까닭을 찾았던 것처럼 사랑받고 사랑하며 사는 것 모두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될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아이들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의미있는 생각들이 반짝일 때마다 아이들이 활짝 꽃 피울 날을 기대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우리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희망꽃'이라고 부른다. 우리 반은 '희망꽃 가득한 반'이라고 아이들과 항상 이야기한다. 희망꽃 가득한 교실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봄날, 따뜻한 햇살 받으며 살며시 피어나는 향기로운 꽃들도

우리 아이들만 하겠습니까.

우리 아이들이 피울 꽃은 온 세상을 밝게 할 희망꽃이니까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 아이들과의 수업 속에서 희망꽃의 향기를 느끼며 평범한 교실 속의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러 가고 텅 빈 교실

지금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해 / 고요함을 들이마신다.

아이들의 공간에서 / 아이들이 남기고 간 자리를 바라보다 /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아이들의 싱그러움을 창문에 걸어둔다.

오랜만에 창을 열어두었더니 /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 향기가 실려 온다.

우리 아이들의 웃음이 실려 / 살랑거리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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