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명상숲을 거닐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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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명상숲을 거닐며 하루를 시작한다

  • 승인 2016-09-27 14:11
  • 신문게재 2016-09-28 22면
  • 서해원 합덕여자중고등학교 교장서해원 합덕여자중고등학교 교장
▲ 서해원 합덕여자중고등학교 교장
▲ 서해원 합덕여자중고등학교 교장
우리 학교 정문 옆에 명상숲을 조성했다.

명상숲에는 깽깽이풀, 꿀풀, 꽃창포, 족도리풀, 어성초, 원추리, 옥잠화, 앵초 등 50여종의 야생화, 황금사철나무, 화살나무, 수수꽃다리,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10여종의 나무를 심어 놓고, 시화와 명언 등 30개를 게시하고, 중앙에 정자와 그네를 설치해 학생들이 이곳을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이곳을 찾아 편히 쉴 수 있도록 한적한 장소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

요즘 도시 학교 대부분은 산업화 시대 학교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대량생산하는 산업화 시스템 같이 천편일률적인 학교 모습이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도시는 여전히 과밀 학급, 과대 학교 체제로 되어 있고, 농어촌 학교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학교가 작은 학교로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면에서 시골 학생들은 도시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여유롭고 풍요로운 정서를 기를 수 있는 잠재적 교육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늘 명상숲에서 직원들과 함께 차 한 잔씩 들고 아침조회를 했다. 좋아하는 시나 글을 읽어보고, 명상숲을 어떻게 교육장소로 활용할 것인가 구상하라고 한 취지에서였다. 한 부장 교사는 장소만 옮겨도 느낌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나는 교직 생활 30여년을 회상하면 부끄럽다. 오류 지식을 가르치고, 경쟁과 이기심을 가르치고, 때로는 위협하고,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 등 수없이 많다. 그리하여 제자들이 좀더 바르고, 따뜻하고 밝게 살아가게 교육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아메리카원주민은 아이들이 다 크면 어른들은 동서남북과 상하 6가지 방향을 알았으니 아이들에게 일곱째 방향으로 가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거기에는 가장 큰 보물이 있다고 했다. 일곱째 방향이란 자신의 가슴이 있는 곳이다.

이처럼 바깥의 외물에 초점을 두고 몰두하게 가르치는 교육에서 이제는 자기 자신의 잠재 능력과 가슴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

그리하여 학생 개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일을 통해서 자아를 찾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진리와 사랑, 생명을 알아가는 학생으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명상숲 한 곳에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고, 있는 그대로 보아 주는 게 사랑의 시작이다'라는 글귀를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을 방어하는 데에 힘을 소비하기에 성장하거나 행복하게 사는 데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그리하여 사실을 제대로 보고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하게 말하는 게 지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방 생각을 무시하면 상대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인데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상대방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며, 여기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나는 명상숲을 거닐며 하루를 시작한다.

학생들도 이곳을 거닐면서 수시로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의 물을 비우고,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의 물로 갈아 채우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정자의 4면 앞뒤에, '여백, 자유, 고요, 평화, 진리, 사랑, 생명, 광명'글자를 게시해 놓았다.

서해원 합덕여자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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