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숙 부여 합송초 교사 |
학교행사 및 업무보고로 가득 찬 6월 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 쳐 놓은 날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선생님, 우리 이번에는 어디로 가요?”
빨간색 동그라미로 아이들 마음이 모아진 날은 바로 두드림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날이다.
두드림 학교, 처음에는 기초부진학생의 학력증진에 중점을 두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신청했다.
특히 우리 학교는 6학급 작은 학교로 학습부진학생이 다소 많은 편이기에 이번 두드림 학교를 통해 아이들 학력증진에 도움을 받고자 시작하게 됐다.
두드림 학교의 문을 두드리면서 보니, 두드림 학교는 단순히 학습부진학생의 학력증진뿐만 아니라 정서행동장애, 돌봄결여, 학교생활 부적응 등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학습부진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뒤 그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용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변함없이 '학교가 좋아요'를 목청껏 부르짖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두드림 학교를 운영하면서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보라색 도라지꽃의 봉우리를 손끝으로 톡 터트리며 미소 짓던 그때가 떠올랐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도라지꽃의 톡 터지는 그 느낌을 아이들에게 느껴보게 하고 싶었다.
저 마다의 아이들 손으로 그 꽃을 함께 터트리면서 느껴보는 즐거움을 말이다.
두드림 집중지원학생은 선정협의회를 통해 선정하고 해당 학생의 학부모님과 전화 통화 또는 직접 만나 설득해 가정과 연계운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 해당 학생의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위해 두드림팀 구성원 전체가 협의해 최선의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정기적인 협의회를 통해 수정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도라지꽃을 터트리는 즐거움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었다.
필리핀 엄마의 가출과 아버지의 실직으로 마음과 몸이 모두 어두운 6학년 남자아이가 토요일 공주로 가는 차안에서 창문 밖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손끝으로 느끼고 있었다.
첫해에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던 아이가 올해는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일 먼저 작성해 교실로 성큼 달려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발에 꼭 맞는 운동화를 직접 골라 신겨주어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던 아이가, 올해는 어깨를 툭 치며 괜찮냐는 눈인사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다고 말하고 있다.
수없이 많이 피어있는 도라지꽃을 하나씩 터트리다보면 톡하고 청아한 소리가 나며 터지는 꽃이 있고, 피식하며 힘없이 터지는 도라지꽃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6월의 싱그러움을 함께 노래해주는 도라지꽃들이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제각기 다른 환경과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본래 느끼고 함께 바라보는 것은 동일하다.
바로 꿈을 갖고 도전하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웃음의 도라지꽃을 수없이 함께 피우고 싶다.
이은숙 부여 합송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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