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울타리에 장미꽃이 피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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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울타리에 장미꽃이 피게 된 사연

  • 승인 2016-08-16 13:57
  • 신문게재 2016-08-17 22면
  • 강신학 예산중앙초 교장강신학 예산중앙초 교장
▲ 강신학 예산중앙초 교장
▲ 강신학 예산중앙초 교장
지난 3월, 우리 학교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동쪽 울타리 석축 작업이 시작되었다.

인근 주택과 맞닿아있는 언덕에 쓰레기가 많아서 미관상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안전 문제도 계속 제기되었다.

이번에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석축 공사를 하게 되어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 학교 시설 공사라 생각하고 꼼꼼하게 추진 중이었다.

석축의 군데군데 영산홍을 심고 철제 펜스를 설치하여 나중에 누가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공사라 생각하고 있었다.

영산홍 심기 작업도 거의 끝나갈 즈음, 작년 우리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계시던 A선생님이 찾아오셨다.

같은 지역에 계시는 분인지라 평소에도 스스럼없이 만나는 사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사현장을 둘러보던 선생님이 얘기했다.

“교장선생님. 울타리에 교화인 장미를 심으면 어떨까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 관계자는 물론이고 여러 직원들과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른 덩굴장미 묘목을 구입해 울타리 주변에 심었다. 그때 심은 덩굴장미 중에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3학년 학생들과 키를 견주고 빨간 꽃을 피우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A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명예퇴직을 하시고,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던 우리 학교에서 한 학기 정도 근무하셨다. 그 후에도 자주 학교에 들러 예전에 가르치던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시고 졸업한 아이들의 안부를 물으시곤 했다. A선생님이 우리 학교를 그저 지나친 여러 학교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면 우리 학교의 장미는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교육자라는 본분을 잃지 않고 관심 있게 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이란 바로 이런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는 학교교육을 탓하고, 학교는 가정교육의 필요성에만 목소리를 높인다면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을 위해 서로의 관심이 필요하다. 교내에서는 교원과 행정직원이, 밖으로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교육에 대해 관심을 보일 때 올바른 학생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요즘의 화두는 '혁신'이다. 혁신을 모두 바꾸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혁신이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올곧게 지켜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새로운 교육이론이나 교수방법이 많이 도입되었다. 그것들은 '교육'과 '학생'이라는 거름망에 거르는 과정 없이 현장에 바로 적용되어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도 새로움이라는 명분 아래 뒷순위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다행스럽게도 충남교육청은 학생의 행복을 변화의 중심에 두고 모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업을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학교 시설 개선도 교실 냉난방 개선을 우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학생 중심이라는 철학보다는 기능적인 접근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거꾸로 교실, 배움중심 수업, 하브루타 등 학생중심수업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교수법이 소개될 때마다 기법에 대한 연수가 이루어졌고 이것을 교실에서 얼마나 적용하느냐가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적인 접근보다는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교육이라는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A선생님은 경력이나 나이로 볼 때, 혁신이라는 낱말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교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은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울타리에 심는 꽃나무 하나도 학생 교육이라는 철학으로 바라보신 것이다. 덕분에 내년 초여름, 우리 학교 울타리는 장미꽃으로 찬란히 빛날 것이다.

강신학 예산중앙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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