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생각의 주인이 되어 미래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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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생각의 주인이 되어 미래를 열자

  • 승인 2016-07-12 14:06
  • 신문게재 2016-07-13 22면
  • 김용신 대전양지초 교장김용신 대전양지초 교장
▲ 김용신 대전양지초 교장
▲ 김용신 대전양지초 교장
“지금, 당신은 생각 당하고 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직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얼마 전 우리나라에 인문고전 읽기의 붐을 일으켰던 이지성 작가가 쓴 '리딩으로 리드하다'의 후속작인 '생각하는 인문학'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무한 경쟁에 시달리며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늘 제자리를 맴돌아야 하는 원인이 '생각하지 않는 삶'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 교육의 현실 역시 해마다 반복되는 입시 경쟁 속에서 결과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 현장은 대다수의 학생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동안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현재'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 선물이자 미래를 바꾸는 열쇠이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서 학교 교육은 분명히 변화해야 한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끝없이 아이들을 채근하며 몰아가는 '답정너'식 교육은 아이들이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버린다. 세계를 주름잡는 유대인들이 가진 지혜의 원동력은 이미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하브루타 토론 교육에 있다.

유대인 부모들은 열린 질문을 통해 자녀들이 끊임없이 사고하게 만들며, 도서관은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우리의 상식과 다르게 시끄럽기로 유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 대화와 토론의 바탕에는 탈무드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율법 학자들의 사상과 지혜가 집약된 탈무드를 읽고 그 속에서 천재 철학자들의 두뇌를 만나 치열하게 사고하고 스스로 깨우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처음 교장이 되어서 학교 경영의 핵심 교육활동으로 독서 교육을 강조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두가 가난하고 힘들던 어린 시절, 책 한 권조차 흔하지 않았다. 수 킬로미터 등굣길 대장정 끝에 기다리던 책과의 만남, 비록 그 책 속의 구절을 정확하게 되뇌이지는 못해도 그 순간의 감동과 떨림은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생생하다. 모든 것이 풍족하기만 한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책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한 권이라도 더 좋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독서 습관을 길러 줄 수 있을까?' 교장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토요 휴업일에도 도서관으로 모여 드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빛난다.

책은 모든 교육의 기본 바탕으로 수천년 축적된 지식의 보물 창고이자 생각을 깨워 요동치게 하는 창의성 교육의 원동력이다. 책 속에는 부모를 공경하며 예를 다하는 효 교육뿐만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 교육의 기본이 담겨있음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독서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백독백습(百讀百習)했다는 세종대왕은 스스로 치열한 독서를 통해 그 속에서 선인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철학과 지혜를 배우려고 노력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의 자녀 교육 방법에서 빠지지 않는 것 역시 인문 고전 읽기다. 그 속에서 위대한 사상가들과 만나 대화하고, 그로 인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미래를 대비하며 남보다 앞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독을 넘어 선별된 인문 고전을 중심으로 양질의 독서 교육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머리에서 이야기했던 생각당하지 않고 생각의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한 해답 또한 인문고전과 그 속에 담긴 철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교장선생님, 존경합니다.” 오늘도 학교 도서관 앞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목소리가 밝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재잘거리며 멀어지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비친 꿈과 희망을 응원해본다.

김용신 대전양지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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