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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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 승인 2016-06-28 14:50
  • 신문게재 2016-06-29 22면
  • 이영순 산내유치원 원장이영순 산내유치원 원장
▲ 이영순 산내유치원 원장
▲ 이영순 산내유치원 원장
유아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유아들을 만나는 행복감으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올 봄 햇살이 아름다운 날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만 5세 유아 54명을 대상으로 매일 유아 4~6명과 함께 유치원 뒷산에 다녀왔다. 특수학급 유아들도 함께 등산을 가고자 원해서 장애유아 3명과도 함께 등산을 갔다. 지체유아도 있어서 걱정을 했지만 넘어지지도 않고 씩씩하게 잘 다녀왔다.

우리유치원 뒷산은 유아들이 오르기에는 조금 가파른 곳이다. 유아의 안전을 위하여 가파르지 않은 곳까지만 올라가려고 계획을 했지만 막상 산에 오르니 유아들이 더 올라가고 싶어 했다. 하는 수 없이 유아들과 합의를 하여 계획했던 장소를 지나서 가파른 부분도 올라갔다. 혹시 유아들이 다칠까봐 걱정이 앞섰지만 가파른 부분을 오르고 내려올 때는 유아들이 더 집중을 하며 조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산에서 내려오면서 유아들이 산 지킴이가 되어서 산을 깨끗하게 해주어야 한다면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겁이 많은 여아가 내려오지 못하니까 선뜻 손을 잡아주며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는 남아, 낙엽 때문에 미끄럽다며 여아의 앞에 있는 낙엽을 손으로 치워주는 남아, 잘 내려오지 못하는 친구를 내려 올 때까지 격려하며 기다려주는 아이들,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한다며 씩씩하게 올라가는 아이, 등에 땀이 나도록 등산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아이.

7살에 꼭 히말라야산을 가보겠다는 아이, 나무냄새와 풀냄새가 난다는 아이,

산에 오니까 공기가 맑아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아이, 무덤을 보면서 얼마 전에 할머니를 산에 묻었다면서, 산에는 흙이 많고 부드러워서 죽은 사람을 묻는다는 아이. 진달래 꽃잎을 예뻐서 따고 싶지만 따면 안 된다는 아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연물을 주우면서 밤나무, 소나무, 진달래 등이 있다며 재잘되는 아이들….

처음에는 유아들에게 자연을 느끼며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느껴주기 위해 시작하였지만 함께 등산을 하니까 건강 및 탐구뿐 아니라 감성·인성교육에도 매우 도움이 됨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의 공기를 느끼는 모습과,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보호까지 스스로 하는 모습, 자연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음을 아이들을 통해서 다시한번 깨닫게 했다. 어른의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즐거움 속에서 자연을 통하여 스스로 경험하며 자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원장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운동화 신고 왔으니까 오늘 등산 가요” “달리기를 연습해서 다리가 튼튼해줬으니까 다시 등산 가요”, 음식을 골고루 먹어서 몸이 건강해졌으니까 등산 가요“하면서 등산 가기를 청하는 유아들이 많다. 그럴 때면 음식 골고루 먹고 운동을 많이 해서 더 건강해야 다시 갈 수 있다고 주문을 한다. 유아들은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등산을 통해서 유아들이 음식을 골고루 먹으려는 동기도 생겼고, 몸을 튼튼히 하려는 마음까지 생기는 것 같아서 기쁘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2학기에 다시 유아들과 등산을 하여 자연과 함께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어야겠다. 사람은 흙의 양기를 받으며 살아야 건강하다고 한다. 등산 뿐 아니라 운동장과 놀이터의 흙을 밟고 만지며, 유치원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많이 제공하여 주어야겠다. 그러면 유아들이 자연과 함께 하면서 심신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순 산내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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