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명 충남기계공고 부장교사 |
올해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폭염 속에서 한계라고 느끼는 '그 벽'을 인내와 노력으로 넘고자 학생들과 함께 많은 날을 구슬땀, 비지땀을 흘리며 고민과 노력, 방황과 인내의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한계의 벽을 넘고자 했다.
나는 늘 학교는 단순한 지식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작업을 통하여 웃고 즐기며 스스로 익히고 깨우치는 노작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푸른 잔디와 화초가 아니라 그 잔디에서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다”라는 말이 있듯이 학교도 학생들의 놀이터이고, 학생들의 웃음이 터지는 휴식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 공간에서 의무감으로 메달과 명예만 보고 달려간다면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로체스터대 에드워드 데시 교수는 돈, 승진, 명예 등 외재적 수단만으로는 위험하다고 했다. 외재적 동기는 타인이 자신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주어 오히려 몰입에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는 도전의식, 자신감, 만족감 등 내재적 동기를 키우는 마인드 교육부터 시작했다.
가급적 모교의 선배인 국제기능경기대회 금메달 출신과 각종 기능경기대회 입상자를 초청해서 도전의식,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며 동기부여를 했다. 특히 “양궁처럼 '한국 최고'가 바로 '세계 최고'이고 기능 선수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는 영국과 캐나다에서 개최된 국제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특성화 명문고이다”며 강한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또한 학생들에게 두뇌의 질량보다 생각의 질량을 넓혀주려고 노력했다. 몸 전체의 2%에 불과한 두뇌의 질량보다 생각의 질량을 늘려야 10배, 100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똑같은 실수를 하지마라, 새로운 실수를 하라”는 창조적 파괴도 허용했다.
드디어 들녘이 황금으로 여물어가는 초가을에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는 자연의 빛깔을 꼭 닮은 아름다운 금메달과 동메달을 가슴에 안았다. 하지만 금메달은 선수만의 몫이 아니었다. 금메달은 선수의 부모님, 선수를 발탁하고 지도한 선생님, 학교의 지원, 학부모회와 동문회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피어나는 우담바라 같은 꽃이었다.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그 뒤에 보이지 않는 노력에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메달은 색깔이 아닌 숨은 땀방울이 만든 보석이기 때문이다.
메달이 확정된 순간 나는 가을을 만나기 위하여 제일 먼저 논두렁, 밭두렁을 찾았다. 자신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했을 때 '내가 해냈다.' '내가 잘했다.' '내가 기특하다'며 자기에게 특별히 무언가(강화물)를 해주는 용어를 교육심리학에선 '자기강화'라고 한다. 그동안 계절도 모르고 학생을 지도했던 그 노고를 풀어주기 위한 나의 강화물이다. 누런 황금 빛깔이 금빛처럼 환하게 가슴으로 들어왔다. 내 일상의 작은 아픔의 흑역사가 풀어져 나갔다. 이제는 쉬어도 좋으리, 이제는 이야기해도 좋으리, 이제는 기쁨을 나누어도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상큼한 가을바람에 내 마음을 자유롭게 놓아버렸다. 이렇게 나와 학생들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아름다운 한 편의 가을동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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