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빛깔·향기에 알맞은 이름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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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빛깔·향기에 알맞은 이름 불러다오

  • 승인 2016-07-26 14:07
  • 신문게재 2016-07-27 22면
  • 오경운 대전 상대초 교감오경운 대전 상대초 교감
▲ 오경운 대전 상대초 교감
▲ 오경운 대전 상대초 교감
“이 나무는 이름이 뭐죠?”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학교 뜰을 한바퀴 돌 때 교장선생님께서 나무 하나를 가리키며 물으셨다.

“내가 퇴임을 하기 전에 우리 학교에 있는 나무들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떠나야겠어요. 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으니 한밭수목원에 문의해서 도움을 청해봅시다.”

그 후, 한밭수목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학교 뜰에 있는 나무들에게 이름을 찾아줄 수 있었다. 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처럼 노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들을 보니 이전과 달리 나무 하나 하나가 새롭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제 그들은 그냥 나무나 풀이 아니고 독일가문비나무, 배롱나무, 남천, 죽단화, 자귀나무 등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책에 이런 장면이 있다. 주인공 고양이를 처음 만난 인력거꾼 집 검정 고양이가 묻는다. “네 이름은 뭐니?” “나는 고양이야.” “그게 무슨 이름이야. 네 이름 따로 없어?” “응, 난 그냥 고양이인데.” “너희 주인은 참 무심하구나.” 사실 '고양이'는 주인공 고양이만의 특별한 이름이 아니기에 검정 고양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학교 뜰의 나무들에게 이름을 찾아준 것처럼 만일 그 주인공 고양이에게 '나비'나 '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면 어땠을까? 주인의 사랑을 느끼며 더욱 친밀한 관계가 되지는 않았을까?

이름 불러주기, 높임말 사용하기, 칭찬과 격려하기, 긍정언어 사용하기, 서로 묻고 대답하기는 대전교육청이 실천하고 있는 자기성장수업 5대 실천 전략이다. 이것을 실천하면서 인성교육중심 수업문화, 인성중심 학교 문화가 점차로 정착되어 가는 느낌이다.

5학년 학급 수업을 참관할 때 일이다.

“○○친구, 그것은 왜 일어나게 된 것입니까?” “네, 그것은 사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준비된 물건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가 적극적으로 모둠 활동한 것을 칭찬합니다.” 5학년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며 이름을 부르고 진지한 모습으로 높임말을 사용하며 잘한 점을 칭찬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하고 흐뭇하였다.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학교에서 생활하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선생님들이 작성한 생활통지표에도 인성교육이 들어 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들어가며 써 내려간 글 속에서 학생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배려가 느껴지고, 이름이 불린 학생들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교사 시절 생활통지표나 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면 우리 반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는 이런 걸 잘하지. 이런 걸 좋아하고, △△는 이건 좀 부족해서 더 노력해야 하는데….'하면서 어떻게 내용을 써주면 좋을지 고민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학생들을 만나서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부터 학생들은 교사에게 다가와 한 송이 꽃이 된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게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그 존재는 의미가 부여된다. 그런데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가치를 알아봐준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름 불러주기, 높임말 사용하기, 칭찬과 격려하기, 긍정언어 사용하기 등의 작은 실천은 우리들이 서로에게 꽃이 되고 서로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요,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가 되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오경운 대전 상대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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