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보기 좋은 거' 말고 '책임감'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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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보기 좋은 거' 말고 '책임감' 말고

  • 승인 2016-07-05 13:41
  • 신문게재 2016-07-06 22면
  • 금해경 논산여중 수석교사금해경 논산여중 수석교사
▲ 금해경 논산여중 수석교사
▲ 금해경 논산여중 수석교사
오늘 아침 1학년 학생 하나가 교무실에 들어와 과학 선생님을 찾는다. 그 학생은 찾는 선생님이 안 계시니 다른 선생님들께 여쭈어본다.

“선생님, 00쌤 어디 있어요?” 00은 정년을 코앞에 둔 남자 선생님이다. 아마도 학생에게는 친근한 선생님에 대한 호칭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그런 호칭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선생님들도 대부분 모른 척 넘어가곤 하는데, 이번엔 한 여선생님이 “얘야, 00쌤이 뭐냐!” “000선생님이라고 해야지!” 하신다. 핀잔의 어투는 분명 아니었으나 당황한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누구를 거들까 잠시 생각한다.

선생님이 옳다고 하자니 무심결에 자기들의 언어로 말해버린 그 학생이 더 안쓰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성실하고 예의바른데 오늘은 생각이 조금 부족했나 보라고 그 학생을 두둔하자니 선생님이 무안해할까 싶어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

그때 문득 세상 따라 학생들은 엄청난 속도로 변해 가는데 혹시 교사들만 여전히 교육의 '百年之大計'만을 그리며 변화를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교육이 아침 저녁으로 뒤바뀌면서 시류에 야합하는 즉흥적이고 편의적인 계획을 의미하는 '權宜之計'여서는 안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가 초경쟁시대다. 교육제도를 왜 이리 자주 바꾸느냐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육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꾸어야 하는 건 아닐까?


얼마 전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세계 바둑계의 1인자라 여겨지는 이세돌 프로의 바둑대결이 있었다. 기계와 인간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세돌의 패배를 두고 사람들은 큰 실망감과 막연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었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에 좀 더 민감성을 갖게 되었고, 교육계에서도 기존의 교육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있는 지식을 그저 외우거나 습득해나가는 교육에서 벗어나 생산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줄 알고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할 줄 아는 균형 잡힌 인간을 기르기 위해 많은 부분을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새판을 짜야할 만큼 중요한 이 시점에 나를 비롯한 많은 교사들은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주춤거리고 있다. 왜일까? 그동안은 지식의 전달자로서 교실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는데 이제는 전문인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적이 당황하여 허탈한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대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법륜스님은 만약 농부가 비가 오니 농약을 못 치겠다고 하루를 공치고, 또 다른 날은 해가 너무 쨍쨍하니 논에 김을 못 매겠다고 불평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농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신다. 우리가 이렇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마냥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재빨리 인정하고, 이것은 이래서 필요하고 저것은 저래서 필요하니 한번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선구자의 마음가짐으로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교사가 다시금 젊은이들의 정신적 멘토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때 학교는 교사도 학생도 행복한 장소가 될 것이다. 다만, 이제는 교사도 학부모도 우리 학생과 자녀들에게 '1등'이어야 한다고 경쟁을 종용하기 보다는 “실패해도 괜찮아!”, “네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봐!”라고 그들을 보듬어주는 자세로 다가가야 할 듯하다.

학부모는 '남 보기 좋은 거 말고 내 자녀가 좋다는 것'에 집중해 자녀를 이해하고, 교사는 '책임감으로만 말고 열정으로 수업하고 재미로 일할 수 있으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지금보다는 행복하지 않을까?

금해경 논산여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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