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4-03-22
높은 산의 눈을 궁궐로 실어오게 한 팔자좋은 로마 황제, 두 겹으로 된 벽 속에 얼음을 재놓고 노예에게 죽으나 사나 부채질을 시킨 이슬람 칼리프의 전설 같은 얘기는 그만두기로 한다.
냉면 육수에 쓰려고 ‘독서의 샘’에 생수를 뜨러 갔더니 날씨 탓인지 사람들로 북..
2004-03-22
한 노교수가 칼럼에서 현 세태는 사랑은 없고 흘레만 있다고 표현하였다. 어휘력이라면 누구보다 뛰어나서 적이나하면 그런 단어를 안 쓰실 분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의아함도 잠시, 짐승의 교미 수준이나 다름없는 애정 행각을 나타내는 데 그 이상으로 적확(的確..
2004-03-22
개인적으로 전쟁을 바라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되면 딱딱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기도 했다. 모두가 ‘예’ 할 때 ‘아니오’ 하는 용기란 광고문안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회사건 사회에서건 때로 가족주의 폐해에 묻혀 허구적 수사만 남는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결의..
2004-03-22
말 많던 미인대회가 끝났다. 미인대회에 대한 근래의 ‘안티’ 움직임은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거부로서가 아니라 획일화・상품화에 대한 반기로 이해하고 싶다. 실로 섹스어필은 현대 여성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다이어트와 패션의 노예가 되길..
2004-03-22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두 남자가 조치원에서 자살했다는 사회부 기자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신문사 미디어부 직원의 소개로 자살 사이트를 열어 보았더니 이 또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인터넷에 왜 이런 것들이 필요한지, 왜 방치하는지를 아직 알지 못한다...
2004-03-22
내기 주사위는 고대 인도에서 비롯됐다. ‘대동야승’에도 잡기를 열거하여 “너무 즐겨 의지를 상실”하거나, 혹은 내기를 하여 “재산을 손해보는 자도 있다”는 기록이 보인다.
내기하는 인간! 인간의 특질을 규정하는 것에 ‘놀이하는 인간’이 있지만 이 지면을 통해 따..
2004-03-22
정초(正初)만 되면 여기저기서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이 많아진다. 알맞게 모호하면 ‘반드시 틀릴’ 가능성은 없다. 이것이 첨단과학의 시대에도 끄떡없는 예언서의 생존력이 아닌가 한다.
거기에다 좋은 일만 바라는 사람들의 요구에 딱 맞게 3분의 2 정도는 행운을 보장..
2004-03-22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후각(嗅覺)은 생존을 위한 ‘원초적 본능’이다. 박테리아마저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갖춰 영양물질에는 다가가지만 해로운 물질에선 떨어져 움직인다. 냄새는 동물의 짝짓기에서부터 새끼를 식별하고 영토를 주장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의 신호로 사용된다...
2004-03-22
남성(수컷)을 나타내는 ♂ 표시는 전신(戰神) 마르스가 들고 있던 창과 방패에서, 여성(암컷)을 나타내는 ♀ 표시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쓰던 빗 모양에서 따온 것이다.
근간에 이 고래(古來)의 아이콘을 위협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극히 일부라지만 국토를..
2004-03-22
233년 역사를 가진 영국 베어링 은행의 파산 뒤엔 한 풋내기 행원 닉 리슨의 터무니없는 실수가 숨어 있었다. 미국의 은행들은 그 몰락의 주인공을 스카우트하려고 안달복달이었다. 그의 희귀한 실패 경험을 얻기 위해서다. 탄탄하게 잘 나가는 사람의 화려한 성공담에만 군침..
2004-03-22
광우병이 이렇게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데는 영국의 책임이 크다. 진상을 쉬쉬하며 덮지 않고 재빠른 대응만 하였던들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10만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결렸으며 숱한 시민들이 이 병에 전염돼 죽었다. 그러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장관은..
2004-03-22
젊은이들에게 인기곡이었던 싸이의 ‘새’는 투박하면서도 재미있다. 배반한 여자 친구를 원망하는 노랫말은 유치한 대로 감각이 톡톡 튄다. ‘너는 밤낮 장난하나 어 나 한 순간에 새 됐스~ 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버렸어 나 완전히 새 됐어.’
새가 됐다? 새가 됐다면,..
2004-03-22
서곡. 히로시마 상공에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었다가 사라진다. 다음, 명성황후 살해범 공판 장면. 재판장의 심문에 자기네 왕에 대한 충성을 다짐할 뿐인 피고 미우라와 공범들은 증거 불충분을 들어 무죄를 선고받는다.
드라마 ‘명성황후’의 인지도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
2004-03-22
우리가 순화해 부르는 ‘성폭행’은 법률적으로는 강제로 간음한다는 뜻의 ‘강간’이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우리 나라는 스웨덴에 뒤이은 2위, 하지만 실질적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나라에선 동의 없이 무심코 엉덩이에 손만 슬쩍 닿아도 성폭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04-03-22
알베레스는 말한다. 인간의 사상은 세계를 인간화하는데 실패하였다고. 신도, 희망도 잃어 다만 황량한 경치만을 보여 줄 따름이고, 인간은 여기서 갈증에 목을 태우면서 고독에 빠지는 것이라고.
‘외로워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정말 외로우면 못..
2004-03-22
멀리 아프리카에서 일자리를 찾아 유럽에 간 10대 소녀들이 있었다. 이들은 그러나 여권마저 빼앗기고 고속도로 휴게실 주차장에서 새벽 수산시장에서와 같이 경매에 붙여져 창녀 노릇을 해야만 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는 거대한 섹스랜드가..
2004-03-22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가벼운 실랑이가 일어나곤 한다. 갓난아이의 울음도 멈추게 한다는 어느 만화영화에 어느날 갑자기 만 7세 미만 시청 금지 딱지가 붙어 버린 ‘사건’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7세 미만의 어린이가 시청하기에 부적합하므로 보호자의 시청 지도..
2004-03-22
국내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자동차와 자전차 취체령 공포, 자동차와 자전차에 대하여 내리는 칙령’이라는 제목의 1915년 매일신보 기사에는 ‘자동차와 자전차가 불미스러운 사고를 자주 일으킨다’ 하여 속도를 15마일(시속 24㎞)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첨단..
2004-03-22
황진이는 지족선사의 10년 면벽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었고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며 묘한 수사법의 시조로 벽계수 영감을 홀렸다. 천하의 그녀라도 “지족선사는 하룻밤에 무너졌지만, 화담 선생은 오래 됐는데도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았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2004-03-22
옛말 하나 버릴 게 없다. 유자황금만영 불여일경(遺子黃金萬籯 不如一經)이라. 자식에게 남겨 주기엔 황금이 가득 찬 상자가 한 편의 경서만 못하다는 얘기다. 반고의 한서(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진실로 오늘 음미할 말이 아닌가 한다.
미약하나마 사회..
2004-03-22
히틀러와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공산 소련은 극악무도한 전체주의 정권이라는 점에서 닮음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히틀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서방 지식인들이 스탈린에 대해서는 동정적이라는 점이다.
생각해 보라. 그들이 스탈린의 그악스런 압제에 옹호 내지..
2004-03-22
정치적 신혼여행 중이던 조지 W. 부시가 신출내기 수습사원처럼 대통령 업무를 익히고 있었을 때다. 워낙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만만찮은 점이 한둘 아니었을 게다. 그는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후세인 대통령이 아니라 백악관 속어(俗語)였다고 실토했다...
2004-03-22
사람은 저마다 색깔이 있으며 때깔과 성깔이 있다. 느낌상 느끼한 남자는 노릇노릇하고 냉혹한 남자는 푸르뎅뎅하다. 밍밍한 냉수 같은 여자가 있는가 하면 콜라처럼 톡 쏘는 여자가 있다. 그리하여 모든 것에는 어떤 색이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주관적이다.
똑같은 크..
2004-03-22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와인을 ‘나의 피’라고 말한다. 중세의 포도밭은 수도원이나 성당 근처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수도승들은 미사 용도뿐 아니라 판매용 와인을 따로 만들었다. 와인이 여왕 보르도와 나란히 와인의 왕이라는 부르고뉴의 명성은 실로..
2004-03-22
국내 대표적인 갈대 군락지라면 전남 순천 대대동의 와온 마을을 꼽는다. 청자빛 하늘을 사모하는 노을, 갯벌과 고막양식장, 그리고 선착장이 있는 곳. 붉디붉은 바다와 어울린 갈대군락은 말이 필요 없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바람에 마구 나부끼는 작은 깃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