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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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유감

  • 승인 2004-03-22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젊은이들에게 인기곡이었던 싸이의 ‘새’는 투박하면서도 재미있다. 배반한 여자 친구를 원망하는 노랫말은 유치한 대로 감각이 톡톡 튄다. ‘너는 밤낮 장난하나 어 나 한 순간에 새 됐스~ 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버렸어 나 완전히 새 됐어.’

새가 됐다? 새가 됐다면, 꽁지 빠진 새처럼 추레한 모습이거나 화살에 놀라 파르르 떨고 있는 새는 아닐 테고, 머리 나쁜 사람, 바보가 됐다는 뜻일 게다. 새 머리처럼.
더 흔해빠진 비유로 미련하면 곰이지만, 억울한 곰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날렵하고 영리하다지만 이미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은 제 몫이다. 종종 나쁜 쪽으로 몰리는 개도 유교식 오륜을 안다.

주인에게 덤비지 않으며(군신유의), 큰 개에게 덤비지 않으며(장유유서), 아비의 털빛을 닮으며(부자유친), 때가 아니면 안 어울리며(부부유별), 하나가 짖으면 온 동네 개가 다 짖는다(붕우유신). 원앙금침이라 하듯 부부 금슬의 심벌이다시피한 원앙도 정조관념이 형편없다는 보고가 있다.

어떻든 동물의 습성에 기댄 표현은 갈가마귀떼처럼 많다. 사람들은 그래서 가는 허리는 개미허리, 끈덕지면 찰거머리, 술 잘 마시면 고래, 입이 지지배배 싸면 촉새에 빗대고서야 직성이 풀린다. 교활하면 여우, 욕심 많으면 돼지, 남의 말을 곧잘 흉내내면 앵무새(글을 그대로 흉내내면 슬갑도둑이고), 음흉하면 너구리, 벼룩은 낯짝 없음이며, 상어는 공격적이고 쇼킹함의 표상이다.

벌써 옛날 일인데,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조기 머리’(조기의 정식 한자명은 石首魚, 돌머리고기?)에 견주며 쫓기듯 로마 유학을 떠나던 시골 성당 신부가 생각난다. 고양이 쥐 놀리듯 하는 군사정권을 유독 싫어하던 분이었다. 일본에서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자신을 ‘벼룩의 심장, 상어의 머리’라고 쓴 잡지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보도가 약간 품위를 잃게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정도 표현은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심장을 찌르는 판결을 얻어냈을 뿐이다.

세상에는 실답잖게 허파에 바람 들도록 웃다가 허팟줄이 끊어지는 웃음이 있는 반면, 충무공이 ‘남의 애를 끊나니’ 할 때처럼 창자(애)가 끊어질 듯한 슬픔도 있다. 하기야 간과 쓸개는커녕 오장육부도 없이, 마파람에 혀 빼물고 자라는 곡식처럼 쑥쑥 잘도 살아가는 경우도 많지만.

개구리 낯짝에 물 붓는, 하나마나한 소리는 그만두자. 이러다 진짜로 완전히 새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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