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람둥이는 상대를 밥 먹듯이 바꾸면서도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세상에, 이런 코뿔소 같은 머리가 어딨는가. 점찍은 암놈과 한판 싸움을 벌여 이기면 교미를 하는 발정기의 수놈 코뿔소와 무엇이 다르냐 이 말이다. 원조교제만 하더라도 이제 전교 1, 2위를 다투는 모범생도, 평범한 시민도 한다고 할 만큼 낯가림 없는 말이 되었다. 지방의원, 회사원, 중소기업 사장,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거칠 것 없어졌다.
한쪽에서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을 만들어 으름장을 놓고 40명과 원조교제를 한 청소년까지 구속해 본들 단속 실적만 쌓여갈 뿐이다.
……채팅으로 만나 스스럼없이 순정(?)을 바친 여중생, 승객으로 탔다가 버스비 100원이 부족해 악보를 맡긴 여중생을 꼬드긴 버스기사, 임신을 하자 중절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꼬리친 여고 중퇴생…….
한 주부와 남학생의 관계는 ‘자는 아들도 다시 보자’며 부모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딸이 “이상한 오빠가 아빠 침대에서 자는 것을 봤다”고 고자질해 꼬리가 잡혔다니 할 말을 잃는다. 그 주부는 아들 또래 학생이 한번도 ‘아니오’ 하지 않고 고분고분해서 좋았다고 실토했다.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형사 역을 맡은 다음 신세가 뒤바뀐 탤런트 송영창을 아직도 잊지 않고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려 한다.
도대체 사회적, 물질적으로 안정된 층에서 어린 소녀를 찾아 위험한 관계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 남자들은 10대에는 못생긴 여자를, 20대에는 잘난 척하는 여자를, 30대에는 힘센 여자를 싫어한다는 우스개처럼, 힘센 아내가 싫어서일까? 일반적으로 억압이 심할수록 보다 깊은 원시 에너지를 깨우고, 그 에너지를 원시적으로 발산하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 심리야 어떻든 원조교제의 보다 큰 핵심은 그것이 덜 성숙한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인 점에 있다. 성숙한(?) 어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른들이 청소년의 성을 보호해줄 의향이 없고, 청소년 스스로도 그럴 자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떤 단속과 처벌이라도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