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삼절(松都三絶:황진이가 칭한 송도, 즉 개성의 세 가지 유명한 존재. 서화담, 황진이, 박연폭포)의 하나인 화담(서경덕) 선생하고만은 정신적인 사랑, 그러니까 플라토닉 러브를 했다는 얘기였다.
드물게는 루 살로메처럼 남자가 많고 여왕벌 기질이 있으면서 정신적인 관계로 만족하는 플라토닉 레이디도 있었다. 여성해방이론에 심취한 여류 화가 마리 바슈키르체프는 더 특이한 케이스라 할 것이다. 화류계가 울고 갈 만큼 분방히 살았으면서 사후 알려진 기록이 옳다면 그녀는 처녀성을 간직했다.
그게 ‘플라토닉’인가는 모르겠으되 그녀는 남자와 ‘관계’ 빼고는 모든 걸 다했다. (플라톤은 지혜에 대한 사랑, 즉 철학을 자주 강조했다.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는데 차츰 정신적인 사랑으로 변질된다. 그 시대의 동성애 풍조와 관련,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7명의 젊은 금발 미녀와 함께 생일을 맞은 플레이보이 창업주 휴 헤프너는 이와 정반대다. 특이하게도 그는 여자친구와만 헤플 뿐 나머지엔 금욕주의자에 가깝다고 실토한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결혼이나 이성교제에 있어 정신과 육체가 조화된 상태가 주종을 이룬다.
대개는 그걸 사랑이라 칭하기도 한다. 사회 통념상 떳떳하지 못하면서 미래에의 환상이 강한 나머지 아주 당당한 사람도 개중에는 있다. 포르노 배우 출신인 일본의 인기 탤런트 이이지마 아이(飯島愛)가 낸 ‘플라토닉 섹스’라는 책은 동명의 신조어를 만들며 엔조코사이(원조교제) 세대 사이에 물결처럼 번졌다.
몸과 섹스가 무기인 그녀는 중학생 때 가출해 동거를 시작, 록폰기의 술집 호스티스로, 포르노 배우로 전전하며 때에 따라 몸을 팔았다. 스스로 돈과 쾌락이 뭐가 나쁘냐며 큰소리치지만 자신이 진짜 원한 것은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매듭짓는다.
상반된 정신(플라토닉)과 육체(섹스)의 교묘한 뒤섞임은 신비의 여자로 불리는 팝가수 마돈나에게서도 발견되는데, 그녀는 “처녀성을 잃는 것이 성공의 계단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전기소설에서 밝힌 바 있다.
어느 쪽이든 영과 육을 철저히 분리하든지 철저히 포기하든지 해야 할 텐데, 보통사람들로서는 실로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가 아닐 수 없다. 행위 없는 결혼(섹스리스 매리지)도 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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