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러시아 여성을 만나려면 힘겹게 러시아에 직접 가거나 소설에서 간접체험으로나 가능했다. 이젠 그렇지 않다. 서울이나 대전에서도 ‘죄와 벌’의 소냐를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몇몇 영장류 가운데서 일종의 상업적인 섹스로 간주되는 유형이 관찰됐다. 울 안에 갇힌 암컷 원숭이가 바닥에 흩어진 음식 조각을 얻어먹기 위해 수컷에게 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거 봐. 얼마나 자연스런 행동인가”라고 두둔해도 될 입장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성적 본능을 제어하지 못함은 그 사람이 동물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증거일 뿐이라는 데는 이러니저리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누구는 사람을 개나 돼지처럼 매매하는 것을 ‘더러운 천국’이라고 개탄하고, 또 어느 누구는 새로운 ‘영자의 전성시대’의 도래를 구가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 양태가 매우 다종다양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스포츠 마사지라는 이름의 신종 매춘도 그 하나다. 얼마 전에 윤락을 알선한 스포츠 마사지 업주에 대해 다른 전제를 들며 ‘성의 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으로서 일면의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취지 및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있었다. 같은 판사가 동종의 다른 업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 여성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담당 판사는 이번 사안의 경우 죄질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업주는 무죄라는 의미가 아니며, 구속 여부는 여러 정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 원론적으로는 여성단체들의 주장이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구속과 불구속에 대한 판사의 판단 기준도 존중돼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그것이 악이냐 필요악이냐를 논하기 이전에 그 불가피성과 윤활유적 성격을 조심스럽게 인정하자는 쪽도 있다. 설령 성 분배구조의 불평등에서 초래된 것이건, 미칠 수 없는 틈새시장에서 자생된 것이거나를 불문하고 그렇다. 또, 정말 ‘근절’해야겠다면 먼저 불필요한 레드테이프를 도려내기까지 사회제도적 측면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시시때때로 단속의 칼날을 들이대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건 왜인가. 미성년이 아니라고, 열아홉 살 여성의 매춘에 대해서는 둔감해도 되는가. 이 모든 모순들을 덮어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또한 위선일 수 있다는 게 내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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