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리 갈대밭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신성리 갈대밭

  • 승인 2004-03-22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국내 대표적인 갈대 군락지라면 전남 순천 대대동의 와온 마을을 꼽는다. 청자빛 하늘을 사모하는 노을, 갯벌과 고막양식장, 그리고 선착장이 있는 곳. 붉디붉은 바다와 어울린 갈대군락은 말이 필요 없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바람에 마구 나부끼는 작은 깃발들, 일렁이는 흰 파도 같은 전북 장수 계남면 장안산의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갈대의 긴 행렬도 눈맛을 시원하게 한다. 흔히 ‘억새산’으로 불리는 강원 정선의 민둥산은 허릿매 고운 산 전체가 억새 천지로 찾는 이들은 마구 가슴이 설렌다. 바다낚시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인천 옹진의 덕적도는 자갈밭 해수욕장과 접한 갈대 군락이 서럽도록 아름답다.


이번에 새로이 각광받는 서천 한산의 신성리 갈대 군락지. 베를린 영화제의 본선 경쟁부문에 출품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과 북의 병사들이 부닥치던 이곳도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뢰를 밟은 남한군(이병헌)이 북한군(송강호)에게 “가까이 오지 말랬지 언제 그냥 가랬어? 살려 주세요!” 하고 외치던 갈대숲 지뢰밭에는 희극과 비극이 공존한다.


눈밭에서 서로 총을 맞겨눈 채 담배를 나눠 피우는 장면, “내 꿈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것”이라는 북한군의 미제 타령은 오히려 때묻지 않은 휴머니즘으로 다가왔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 웃음의 공감대는 통일 독일의 베를린 현지의 영화제에서도 확인됐다. 한반도 분단 상황을 그린 이 영화는 복사본이 평양에 반입돼 김정일이 감상했다 해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인민군의 딸 출신으로 죽음에 얽힌 의문을 파헤치는 중립국 수사관 역의 이영애, 북한군 역의 송강호는 실제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명예조사관이 되는 등 그 뒷자락도 만만하지 않다. 서울 252만명, 전국 590만명이라는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과 함께 이 영화는 한민족 분단의 슬픈 기념물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속, 어둠 속에서 하얗게 일렁이던 신성리 갈대밭에도 아산의 판문점 세트와 함께 많은 관광객과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면 한다. 갈꽃 사이를 거닐며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 했던 햄릿의 음유시인 같은 독백이라도 읊조리는 연인들이라면 금상첨화이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