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실패에는 일정한 법칙성이 잠재한다. 1건의 큰 재해(실패)에는 경미한 재해(실패)가 29건 있고, 29건에는 깜짝 놀랄 일들이 300건 들어 있다. 이것이 1 대 29 대 300의 법칙인 ‘실패의 하인리히 법칙’이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는 속담처럼 예견되는 어떤 조짐들이 앞선다. 이 전조(前兆)를 미리 체크하면 크나큰 실패를 거뜬히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침 ‘대덕밸리’면에 서두칠 전 한국전기초자 사장의 강연 내용이 소개됐다. 그는 저명한 경영컨설팅 회사로부터 ‘회생 불능’ 판정을 받은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소생시킨 주인공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성공 사례였지만 그 성공 이면의 수다한 실패 경험이 밑바탕이 됐을 것이다.
조금만 공개하면,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실패 투성이 인생을 걸어왔다. 평균보다 현저히 많은 도전을 한 까닭에 실패도 많았다. 멋모르고 다른 일에 덤비다 홀랑 날려 개인으로서 적잖은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인간사가 그러하듯 대략 80% 정도는 실패였다. 그러나 이마저 없었으면 20%의 성공도 없었으니, 성공이든 실패든 자산이며 훌륭한 선생님인 것이다. 주말에 서울 광화문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고, 허리야” 했다가 수요시 동인 류정숙 회장에게 된통 야단을 맞은 일이 있다. 아직 내가 그리 늙지는 않았나 보다. 하지만 어느 만큼은 살아 온 길이 보이고 내가 살아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솔직히 무엇인가를 축하하는 음악회를 보고도 별 흥이 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용비어천가나 경기체가 따위는 천천히 부르고 국가 차원의 ‘실패 보고서’를 만들 때라는 짧은 생각에서다. 보라! 자리만 보전하려는 무능한 관리자들이 실패를 감추는 사이, 난개발이 무차별로 이뤄지고,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그 좋던 갯벌이 죽어 가고 있다. 비근한 예로, 우리의 항공등급 강등 사태도 국제기관의 경고를 도외시하고 실패 자체를 부인한 대가가 아니고 무엇이던가. 적어도 300번 이상의 기회가 있었잖았는가.
차제에 장관의 입에서 실패사례 학회나 연구회에 대한 구상이 나온 것은 그것만으로도 진일보라고 평가한다. 말 나온 김에 실패 컨설팅, 실패학 전문가 양성을 제안한다. 29번, 아니 300번에 1번만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실패의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 그래야 반복된 실패, 또 하인리히 법칙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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