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눈물이 눈물을 비웃고 인공자연이 자연을 몰아내고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 그렇다고 그냥 보고만 있기엔 왠지 뒷맛이 개운찮은 세상. 무엇이 진실인가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아득하고 무엇이 더 탐닉할만한 것인가에, 진짜보다 탁월한 가짜인가에 혼을 빼앗긴 세상.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데엔 어느 정도 공감이다. 시간에 대한 초정밀 기술이 통신의 발달에 맞물려 미래 과학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짧은 시간을 놓고 각국의 연구 경쟁은 뜨겁다. 각종 통신 시스템의 경우, 같은 회선을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 1초를 일정한 간격으로 쪼개고 또 쪼갠다. 수백분의 1초 단위로 정확히 신호를 구분해 주지 않으면 통화가 뒤섞인다. ‘혼선’이 되는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세슘원자시계는 600만 년에 1초 정도의 오차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렇듯 빠름이 강조된다 하더라도 졸속(拙速)만은 안 된다. 그것은 우선 이겨 놓고 봐야 하는 전쟁판에서나 통하는 진실인 것이다. 벽돌만 해도 40억 개 가까이 들어갔다는 만리장성도 진시황 때 날림공사로 된 게 아니라 전국시대부터 차곡차곡 축조해 온 것이다. 바벨탑이 무너진 이유는 인간의 오만에 있다. 흙벽돌이나 다른 재료에 문제가 있거나 폭이 좁아서가 아니다. 로마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로마시 남동으로 뻗은 아피아 가도(街道)는 아직 쓸 만하다.
출・퇴근길에 여기저기 땜질한 도로를 덜컹거리며 지나자면 저 로마가 생각난다. 진짜 위기는 너무 빠름에 있고 그것은 우리 마음 속에 있다. 강아지도 어미개에게서 너무 일찍 떼면 잘 자라지 않는다.
딜란 토마스의 지적대로, 항해하는 자는 침몰하는 항해술도 익혀야 하는 법이다. 보다 완벽한 항해를 위해 ‘느림’에 대하여,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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