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효과

말 많던 미인대회가 끝났다. 미인대회에 대한 근래의 ‘안티’ 움직임은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거부로서가 아니라 획일화・상품화에 대한 반기로 이해하고 싶다. 실로 섹스어필은 현대 여성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다이어트와 패션의 노예가 되길 마다지 않으며 미적 열망 또는 탐미(眈美)는 가히 21세기 신흥종교와도 같다. 그것은 어느 정도는 본성이고 본능일 것이다.

지금 숨김없이 말해보자, ‘여성 이미지’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를. 섹시함이거나 그와 관련 있거나 아닌가. 아니면 다른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아니라는 분은 저자에게 연락해 주시면 참고가 될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성형외과에서의 공통 주문은 “선생님, 제 눈 섹시하게 좀 고쳐 주세요”라 한다. ‘섹시하다’가 ‘헤프다’와 동의어처럼 들렸던 건 아득한 옛 이야기다.

예쁜 아이들이 더 귀염을 받고 잘못을 저질러도 벌을 덜 받는다. 교실에서 예쁜 아이들엔 10초, 미운 아이들에겐 20초씩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도 들었다. 적절한 ‘눈망울 분배’란 그토록 지난하다.

법정에서도 미인은 유리한 판결을 받는다. 모의재판을 통한 연구 결과, 똑같은 범죄라도 매력적으로 생긴 피고는 상대적으로 형량이 감경되었으며 미인을 죽인 피고는 보다 많은 형량을 구형받았다. (랜디와 애론슨, 1969)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범 김현희는 두 권의 책으로 10억원 이상 인세를 벌었다. 미인이 저지르는 불륜은 드라마틱하고 서글픈 사랑이 되는가 하면 끔찍한 테러리즘에 가담해도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둔갑하는 속성을 지녔음인가.

똑같은 글을 쓰고 첨부된 사진을 보여주면 아름다운 여성이 쓴 글을 보다 좋게 평가한다. 일단 미인이면 지적이고 관대할 것으로 유추 해석하는 것이다. 신체적 매력의 후광 효과라 할 수 있다. 매력은 판사의 판결에서마저 정상을 참작함에 있어 긍정적인 선입관으로 작용한다.

그래서일까?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먹고 사는 미인산업은 날로 번창 일로에 있다. 여기에 오간 돈이 한 해 몇조 원으로 추산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불황을 안 탈 뿐 아니라 확실한 ‘보이는 손’으로 위세를 떨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만약 그 아름다움을 악용한다면 그 후광효과가 역작용을 한다. 매력과 무관한 절도죄라면 몰라도 신체적 매력을 이용해 사기죄를 저질렀을 경우는 더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얘기이다.

쓸데없는 ‘삽질’ 같지만, 외모에 쏟는 열정만큼 능력 개발에 더 치중한다면 어떨까? 남녀 평등이나 남녀 동권을 앞당겨 실현하는 데도 그래야 유리하지 않을까? 참고 되는 말을 들으려 지인에게 전화하니, 깔끔하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전에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누가 무슨 재주로 이걸 말린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