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모든 여성들은 이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수치감, 절망감으로 은폐해 겉으로 드러난 사례는 50건에 1건 정도이니 빙산의 일각이다.
이와 함께 10건 중 7건이 사전에 계획된 범죄이며 연령,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강간범은 뿔 달린 도깨비가 아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물론 근친간의 합의에 의한 상간(相姦)도 있다. 음란물을 보던 오빠가 방에 들어온 쌍둥이 여동생과 불의의 선을 넘었다. 1주일 후 여동생이 다시 오빠를 찾아오고……. 정말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들은 착하니까’라고 방심하지 말고, 혹시 자녀간에 발생할지 모를 ‘무슨 일’의 가능성을 늘 챙겨보지 않으면 안 된다. 막상 이러한 관계에 빠지면 자신이 누군가도 헷갈릴 만큼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강간에 있어서도 서로 아는 사람에게서 훨씬 많이 일어나며, 가족끼리의 친족성 강간도 빈발한다. 형제자매를 포함해 의부, 삼촌, 시아버지, 친할아버지, 심지어 친아버지가 세 딸을 강간한 사례까지 망라하면서는 여지없이 상식을 비웃는다.
그렇다면 부부간에도 강간이 성립하는가. 이것은 만약 부부간에 행위시 돈을 주고 받았다면 매춘이냐는 문제만큼이나 미묘하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하자는 쪽이 10명 중 7명으로 우세했다. 법적으로 역시 엇갈린다. 통설은 부부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를 부정하며, 혼인계약의 내용에 강요된 동침까지 포함할 수 없다는 견해가 소수설이다.
지금까지의 대세는 부부간 강간은 그 언급조차 금기시돼 왔다. 여성개발원이 내놓은 시안(試案)에서처럼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에 한정 않고 ‘남녀’로 확장한다고 보면 아내에 의한 남편 강간도 성립한다. 종래 강간죄는 남성만이 가능했으나, 여성도 공동정범이나 정신병자 등을 이용한 간접정범으로서 그 정범이 될 수 있었다. 그보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부부간 강간죄’ 항목이었다. 이것을 두려면 ‘부부간 직무유기죄’도 둬야 한다는 남성들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아내를 구타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하는 아내들은 치욕감으로 죽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법 이전에 절실한 건 혼인과 순결의 신성성, 사람의 몸은 장난감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시키는 소중한 보물이라는 가치와 기준의 확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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