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해 독일은 참 대조적이다. 사민당 소속인 카를 하인츠 풍케 농업부장관은 소시지도 마음대로 못 먹는 독일인의 좌절감이 담긴 시(詩)를 몇 편 썼다. 실은 녹색당 소속의 안드레아 피셔 보건부장관이 환경친화적인 사육방식을 택하지 않은 농축산계를 비난한 것에 대한 맞불이었다.
쇠고기 촉진보다는 꼴보기 싫은 상대 장관을 겨냥한 꿍꿍이속이었던 것이다. 끝내 두 장관의 싸움은 슈뢰더 총리가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두 장관이 갈릴 시점까지 독일에서 광우병으로 확인된 소는 10마리에 불과하고 쇠고기를 먹고 죽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엄청난 비난을 받은 채 물러나고 말았다. 환경론자와 시인, 모두가 추방(?)된 것이다.
그럼 우리 나라 사정은 어떤가. 모일 모처, 농림부장관 등 경제정책조정회의를 마친 일부 장관들의 소 불고기를 안주삼은 저녁식사 자리. 참석자 가운데 누군가가 제안했다.
“이거 한우 같은데요. 우리가 먹는 장면을 찍어 한우가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줍시다.”
참석자들은 ‘굿 아이디어’라고 장단을 맞췄다. 어느 장관 수행원이 석쇠에 올려진 고기 몇 점과 소주병, 장관들을 배경으로 연해연방 셔터를 눌러댔다. 이상은 ‘경제장관들, 광우병에 안전한 한국산 쇠고기 시식’의 보도자료가 만들어지는 실제 상황이다.
한쪽에서 국민들은 그걸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육점들은 정육점대로, 축산업자는 축산업자대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질병에 관해서라면 자칫 쓸데없는 불안감만 키우므로 조심해야 하지만 한국도 인간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료계 일각의 의견을 귀여겨듣기 바란다.
모름지기 장관들의 정책 결정이라면 좀더 진지하게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접근해야지 회식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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