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이 고래(古來)의 아이콘을 위협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극히 일부라지만 국토를 수호하는 여전사가 되려고 자원 입대하는 여성들, 화장대 앞에 앉은 남성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거리에 나서면 가벼운 색조화장에다 립글로스를 바른 남성을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중년 남성들도 눈가의 잔주름 방지용 아이크림을 쓰거나 과일팩으로 얼굴 마사지를 곁들인다. 골프나 다른 실외운동을 할 때도 자외선 차단제를 ‘빼먹지 말자’는 남성들이 증가 일로에 있다.
대체 이 무슨 현상인가. 어느 대학 관계자의 전언으로는 학내에 개설한 ‘피부건강과 코디네이션’ 강좌엔 수강생의 절반이 남학생이라 한다. 기대만큼 히트는 못했지만 남성복도 발목이 드러나는 7부, 8부, 9부 바지에 미니 반바지 차림까지 선보였다. 젊은 층은 미모나 좋은 인상을 위해, 나이든 50~60대는 잃어버린 젊음을 찾아서 성형수술을 한다.
간혹 ‘아줌마’들의 사이트에 명예회원(?) 자격으로 들어가면 그 솔직 담대함에 놀란다. 기실 인터넷에서만은 여성이 보다 화끈하다. 어쩔 땐 피임약과 낙태로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훔친 듯한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우월자의 지위에 놓인 듯이 보인다. 자발적 페미니스트인 남성도 증가 일로에 있다. 더 지나면 남성들의 1순위 희망사항은 육아 시간을 갖는 것이며, 앞 세대가 중시한 사회적 성공은 한참 뒷걸음 칠 걸로 감히 전망한다.
일본에서 6학년 ‘가정’의 ‘가족이 시간 보내는 방법’에 청소하는 아빠와 아들, 조깅하는 엄마와 딸 그림을 넣어 적잖이 주목받은 일이 있었다. 5학년 책에는 저녁 설거지하는 아버지와 느긋하게 신문을 읽는 어머니의 모습이 곁들여졌다. 그럴것이 남편을 신처럼 떠받든다는 나라의 일이라 굉장한 흥미거리였다. 미국인 여자친구, 프랑스인 애인을 사귀는 것과 함께 가장 행복한 남자는 일본인 부인을 얻는 경우라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남편들이 설거지하다 접시 깨뜨리는 소리는 가정 평화를 짜는, 요샛말로 한 40화음즘 되는 아주 고운 화음일 것 같다. 젖병을 빠는 아기를 안거나 업은 아빠의 모습에서 ‘부모공동체’의 어떤 미래가 엿보인다. 공격 호르몬이 아닌, 여성 특유의 보호 호르몬이 충만한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러다간 마르스의 창과 방패, 아프로디테의 거울이 서로 맞바뀔지 아직은 장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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