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미만 시청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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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미만 시청 불가

  • 승인 2004-03-22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가벼운 실랑이가 일어나곤 한다. 갓난아이의 울음도 멈추게 한다는 어느 만화영화에 어느날 갑자기 만 7세 미만 시청 금지 딱지가 붙어 버린 ‘사건’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7세 미만의 어린이가 시청하기에 부적합하므로 보호자의 시청 지도가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자막이 나왔다 사라지고 10분마다 30초 이상, 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로, 화면 오른쪽 상단에 대각선의 1/20 이상 크기로 ⑦이라는 등급 기호가 뜨면 나이가 못미친 아이는 느닷없는 ‘아웃’을 당해야 한다. 일찍 퇴근한 아빠까지 식구대로 빙 둘러앉아 있다가도 유독 한 아이는 외돌토리가 되든가 해야 하는데, 단칸방이라면 이런 난감한 일이 없을 것이다.


방송프로그램 등급 체계는 지상파와 케이블TV를 포함해 ‘7세 이상・12세 이상・19세 이상 시청 가(可), 모든 연령 시청 가’로 나눠지고, 방송사 자율심의에 따라 ‘15세 이상 시청가’를 추가할 수 있다. 방송위원회가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호한다고 만든 이 등급제의 대상은 영화, 수입 드라마,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4개 부문뿐이다.

잦은 저질 시비로 가장 파급력이 큰 연예・오락 프로그램이나 국내 드라마는 급박한 제작 환경의 관행상 무리라며 실시 시기가 늦춰졌다. 그간 영화나 수입 외화 쪽은 모범생처럼 분류를 해왔고 애시당초 만화영화는 어린이용임에 비춰 ‘심하게 싸운다, 치마가 짧다’고 금지하는 이 제도는 타당성을 떠나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길가의 담장에다 구멍을 뚫고는 ‘들여다보지 마시오!’라고 쓴 쪽지를 붙여놓았다. 하고서 사람들의 행동을 살폈더니 몇몇을 빼고는 모두가 그 구멍을 통해 속을 들여다보더라는 심리 테스트 결과가 있다.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게 사람이다. 꼭 어린이가 보아서 안 되고 청소년에 그렇게 해악이 된다면 원칙상 방영을 하지 않는 게 옳다. 과거처럼 키스는 몇 번 이하, 따발총 소리는 ‘탕탕탕’ 세 발까지만 봐 주는 따위의 케케묵은 규제 일변도는 걸맞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귀를 틀어막거나 눈을 가리지 말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는 눈, 자제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도 언젠가는 19세가 될, 미래의 어른들이다. 실익 면에서도 등급제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보다 할 바를 다했다며 으스댈 어른들 면피용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우리집은 아예 등급제를 철폐해버렸다.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우리 부부가 ‘심의’한 후 아이들과 상의해서 결정한다. 아이들이 봐서는 안 되는 영화라면 어른들도 참는 편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스스로 좋은 것을 골라 볼 줄 알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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