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아주 교묘하게 자신만의 냄새를 풍긴다. 들쥐는 자신의 영토를 나타내려고 발바닥에 오줌을 뿌려 그 냄새가 흙에 섞이게 한다. 외출했다 귀가한 어미 박쥐는 동굴 속의 냄새를 길삼아 제 새끼를 찾는다.
다른 개체와 교감(交感)하기 위한 화학물질을 통틀어 페로몬이라 부른다. ‘암내를 풍긴다’고 하는 것도 이것이다. 이 때문에 암캐가 발정하면 동네 수캐들이 줄줄이 찾는다. 뇌 세포의 절반 가량을 후각에 쓰는 곤충은 이에 관해서라면 귀재(?)라 할 수 있다. 누에나방 암컷의 분비물은 십 리 밖 수컷들이 털을 바들바들 떨며 다가오도록 유혹하며 그만큼 강렬하다. 밀림의 개미들은 선발대의 냄새를 따라 일렬종대로 행진하며, 개미를 비롯해 꿀벌, 장수말벌 등의 ‘사회성’ 곤충은 페로몬에 힘입어 복잡한 분업을 척척 수행한다.
시골에 갔다 오는 길에 말로만 듣던 성 페로몬 트랩(sex pheromone trap)이란 것을 처음 구경했다. 파리잡이용 끈끈이처럼 생긴 이 트랩에 해충들이 얼마나 달라붙는지를 확인해 방제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교미 시기에 상대의 냄새로 수컷을 유인해 죽이는, 인간적인 기준에서는 좀 야비해 보이지만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다. 이 방법으로 복숭아순나방, 사과굴나방과 잎말이나방 등을 적기에 방제한다고 한다. 현재는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천적 방제도 곁들이고 있는데 역시 성 페로몬 트랩이 쓰인다.
지금까지 페로몬은 이성을 꾀는 신호물질로, 지방산이나 지방산 유도체가 주성분으로 밝혀졌다. 이에 관한 실험이 있다. 수컷 쥐의 뇌에서 특정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자 방금전 사랑을 나눈 암컷을 까맣게 모르더라는 것. 어떤 실험은 아내가 임신하면 남편도 ‘교감임신’을 한다는 속설이 꼭 속설만은 아님을 밝혀냈다. 아마도 아내의 페로몬이 아버지가 되려는 남편을 자극해 각종 호르몬 분비량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발 앞서 인간 페로몬과 관련된 유전자를 분리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진작부터 인간이 페로몬으로 서로 작용한다고 믿고는 있었다. 아쉽게도 이것이 어떤 경로로 만들어지며, 같은 방 또는 먼 거리에 있는 사람끼리 어떻게 교감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어쨌든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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