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2021-10-11
10월이다. 산하가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조금씩 옷을 갈아입고 있다. 거리에는 무더웠던 여름을 견딘 사람들이 긴 팔옷을 입기 시작했다. 추수를 기다리는 무르익은 곡식들과 과실들, 그렇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2021-10-04
결실의 계절, 10월, 시인 김현승(1913-1975)의 '가을의 기도'가 떠오른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또한 이 시기에 노르웨이 의회가 전하는 소식도 우리 호기심을 자극한다. 노벨 위원회는 10월..
2021-09-27
살아보니, 인연이 끊어지고 또 달라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요란하다. 부모님 돌아가시니 일가친척 멀어지고, 직장 그만두니 옛 동료와 연락이 두절되기 일쑤다. 술을 줄이니 하루가 멀다고 연락하던 친구들 전화조차 드문드문하다. 몸이 게을러지니 나가기 싫고, 지갑이 빼빼하니 불..
2021-09-13
예쁜 기자님들과 뜻하지 않게 '3대 하천 재발견' 기획기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나에게 3대 하천을 가감 없이 표현해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대전의 3대 하천을 운영 관리하는 하천관리사업소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과..
2021-09-06
이태진 설치미술가의 초대전이 열리는 홍성 사운고택 가는 길은 추적추적 가을장마가 시작되는 8월의 끝이었지만 학성산 반계천이 가야금 소리로 흐르고, 처서가 지난여름이 잠시 더위를 내려놓는 동안 배롱나무꽃들이 백제 부흥군으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사운고택은 충남 홍성군 장..
2021-08-30
어느덧 8월이 가고 9월이 오고 있다. 한반도가 열병을 앓는 것 같았던 여름.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여름이 지나감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 1000명대라는 어려움을 속에 있다. 그나마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어 집단면역을 기대할..
2021-08-23
서울 262만 명, 대전 41만 명, 부산 73만 명, 100년 후 인구예측 감사원 보고서 내용이다. 지역소멸 대상으로 상위 10대 지역과 하위 10대 지역에도 아는 곳이 많아 놀랍다. 흔히 인구 3대 리스크로 '인구 자연감소, 초고령 사회, 지역 소멸'을 꼽는다. 인..
2021-08-16
저녁에 맥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왠지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노랫소리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친구와 얘기 나누며 함께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친구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함, 그리움과 아쉬움에서 한동안 헤어나질 못한다...
2021-08-09
도시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만든 유기체다. 사람들이 모일수록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더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모여든다. 저마다의 개인적 특성이 모여 도시에 다양성을 가져오고, 그에 따라 특색있는 문화·예술, 교육, 스포츠 등으로 다채로워진 도시는 삶의..
2021-08-02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생육신으로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을 묶어 사랑을 주제로 한 최초의 연애소설 '금오신화'를 썼지요.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글을 깨친 그의 재주에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1390~1440)이 '..
2021-07-26
청록의 7월이다. 자연을 보면 그 재생 능력에 놀라게 된다. 겨울에 앙상한 가지로 산과 들을 고동색으로 만든 나무들. 그러나 봄이 오면 잎사귀가 나며 다시 온 누리에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청록색 파노라마를 펼치기 때문이다. 열정의 여름이 왔다. 그런데 여름과 코로나 4..
2021-07-19
필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친한 중소기업 경영자가 반대의 글을 올렸다. 중소기업이 생존하기도 어려운데 ESG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대학에서 창업한 동료 교수에게 ESG 경영 관련한 내용이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환경, 사회, 지..
2021-07-12
요즘 주위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다. 아기 옷을 파는 가게도 찾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노인 인구는 초고속으로 늘었다. 대한민국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사회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84명이었다. 이는 세..
2021-06-28
6월이 온몸으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새들이 나무에 안녕을 묻는 동안 짐짓 눈을 감은 하늘이 지상으로 내려와 목숨 줄 달린 것마다 꽃을 피웁니다. 절반의 색이 푸른 6월은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Juniores'에서 유래되었다지요. 산과 들은 온통 푸른 바다가..
2021-06-21
어느덧 6월이다. 1년의 반절이 지난다. 수풀은 청록으로 우거지고 열정의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거리의 인파엔 이제 심심찮게 반소매, 반바지가 보인다. 다행히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며 일상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함을 느낀다. 그래도 아직은 방심은 금물! 집단면..
2021-06-14
오래 전 극장에서 본 것 중 기억나는 것은 광고대신 영화 시작 전 보여준 대한뉴스이다. 아직도 하이톤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귀에 어른거린다. 1970년대 기능올림픽에서 수상한 젊은이들은 산업역군으로 종합우승 후에 카퍼레이드로 격려를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학협..
2021-06-07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욕심도 끝이 없어 지구 환경을 함부로 망가뜨리고 인류의 건강과 미래는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스포츠를 통해선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를 외치며 경쟁하고, 경제활동을 통해선 '더 많이, 더 싸게, 더 좋게'를 외치며 맘껏 풍요를 누린..
2021-05-31
조선시대에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자아를 적극적으로 실현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연평부원군 이귀의 딸 이여순이다.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으니 그의 남편은 김자점의 아우 김자겸이다. 권력을 탐한 형과는 달리 김자겸은 불교를 매우 좋아하였다. 그는 서얼 출신 오..
2021-05-24
5월은 감나무 가지 겨드랑이마다 감꽃들이 피어납니다. 어린 시절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감나무 아래로 달려가 감꽃을 주워 먹거나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였던 유년의 기억들이 오늘은 구비설화(口碑說話)로 아스팔트 위 뭉텅이로 떨어지지만, 감꽃은 무성한 잎에 가려 땅에 떨어지고..
2021-05-17
음악의 인터페이스. 오늘은 이어령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의 얘기로부터 시작한다. "'Keyboard'는 비합리적이다. 가장 많이 쓰는 글자 'A'를 잘 안 쓰는 새끼손가락으로, 드물게 쓰는 'y'를 가장 많이 쓰는 집게손가락이 치게 된다. 이 비합리적 구조의..
2021-05-10
팀타율이 낮은 데도 어떻게 상위권에 있을 수 있을까? 투수진의 낮은 방어율로 버티지만, 속내를 보면 신인 선수들이 계속 등장해 흥미를 더해준다. 바로 LG 트윈스 이야기다. 며칠전 어린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배경엔 신예 유망주들의 적극적인 활용이 큰 몫을 했고, 흥미를..
2021-05-03
연두 대군이 몰려온 새잎달이 지나갔다. 꽃이 진 목련은 녹색 세상으로 돌아섰고, 게으름뱅이 감잎은 윤기가 반질반질하다. 단풍잎은 일곱 손가락을 쫙 폈고, 잎사귀에 몸을 숨긴 매실과 버찌는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신록의 계절이 열리면서 눈꽃 축제의 주인공인 이팝나무가 만..
2021-04-19
초강 송백헌 교수(1935.9.1.~2021.1.9.)의 '별을 담은 서재' 회고전이 열리는 대전문학관을 다녀왔습니다. 선생은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관동별곡을 줄줄이 외우는가 하면 기호 유림의 문중 이야기와 우리 지역 유래에 막힘이 없는 인간 백과사전이었지요. 또한,..
2021-04-12
1772년 오스트리아 에스터하지 후작의 궁전에서 음악회가 열렸다. 4악장의 종반에 이르자 연주자들이 자기 연주를 마치고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마지막엔 악장과 지휘자만 남으며 곡이 마친다. 여름휴가 시즌에 휴가를 보내주지 않자 단원들을 위해 지휘자가 교향곡을 작곡해 후..
2021-04-05
작년 초 군에 간 아들 입소식에서 500여 명의 젊은이가 불렀던 '진짜 사나이'. 그동안 수없이 듣고 불렀지만, 눈시울을 적신 적은 처음이었다.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그 구절에서였다. 이 아이들과 군인들의 역할이 있어서, 두 발 뻗고 평화 속에 지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