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자연 속에서 인류는 삶의 터전을 얻고 삶을 영위한다. 삶을 위해 자연을 개척해야 하지만 동시에 보존해야 한다. 자연 없이는 인류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한 자연을 주제로 많은 작곡가가 작품을 썼다. 그중에 아름다운 자연과 그 안에서 삶을 그려낸 작품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을 소개한다.
베토벤은 불우한 역경을 극복하고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의 교향곡 5번 '운명'은 클래식의 대명사가 됐다. 베토벤은 운명과 격렬하게 싸우는 투사였다. 동시에 자연을 매우 사랑한 사람이었다. 작곡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베토벤도 그랬다. 그는 "사람은 속일 때가 있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숲 안에 있을 때 기쁘고 행복하다"며 자연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음악으로 담아냈다.
베토벤은 전원 교향곡을 1806년에 구상해 1808년에 완성했고 1808년 12월 22일 '안 데어 빈 극장'에서 그의 지휘로 교향곡 5번 '운명'과 6번 '전원'을 초연했다. 이 곡엔 자연의 풍경뿐만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전원의 삶이 그려져 있다. 그러면 함께 ‘전원’ 교향곡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1악장 1, Allegro ma non troppo(지나치게 빠르지 않게)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즐거움". 베토벤이 시골에 도착했다. 도시 생활 속의 번잡함에 놓인 그는 상쾌한 자연 속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정겨운 마을을 도착하여 마음이 따스해지며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운명과 싸우던 투사는 자연의 품 안에서 평안해진다.
2악장 Andante molto mosso(움직임을 갖고 약간 느리게) "시냇가의 풍경". 여장을 푼 베토벤은 그가 좋아하는 산책을 하며 시냇가의 풍경을 본다. 그는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 경치와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들을 음악으로 담아낸다.
3악장부터 5악장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연결된 세 개의 악장을 통해 마을에서 그가 경험한 일들을 묘사했다.
3악장 Allegro(빠르게)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 마을에 들어와 보니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베토벤도 그들과 어울려 마을의 모임에 동참한다. 베토벤은 "나는 인류를 위해 음악이라는 포도주를 만드는 바커스다"라는 말을 했다. 그는 바커스가 되어 흥겨운 3악장을 만든다.
4악장 Allegro(빠르게) 폭풍우. 파티가 끝나갈 즈음 뭔가 불안한 조짐이 보인다.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이윽고 천둥과 함께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천둥 요동치는 폭풍이 순식간 평화로웠던 마을을 불안 속으로 몰아갔다. 어서 이 폭풍이 지나가길….
5악장 Allegretto(조금 빠르게) 목동의 노래-폭풍 후의 즐거움과 감사.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풍이 지나갔다. 다시 전원의 마을은 평온을 되찾고 그 어려움 속에 마을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사람들은 즐겁게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필자는 전원 교향곡 3악장의 '마을의 즐거운 모임'을 묘사하며 코로나 이전의 우리의 삶을 떠올려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그런 모임이 어렵게 됐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점진적 일상회복이 완전히 이루어질 때 우리는 다시 즐거운 모임을 할 수 있으리라. 회복의 날을 소망하며 기다리면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들어보자. 코로나 이 또한 지나 기리니…./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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