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교수 |
1950년 한국전쟁을 치룬 뒤 강산이 파괴되어 아프리카의 가나(Ghana)보다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60년 만에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된 이유를 찾기 위해 개발도상국 관료와 연구자들이 연구개발특구를 찾는다. 이 교육을 체계적으로 만든 것이 대덕특구가 2008년부터 진행한 'STP 교육'이다.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파크의 앞 자를 딴 것이다. 매년 평균 두 차례 방문해 2주간 교육을 받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수료생이 13년 동안 대략 500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자국의 테크노파크 원장이나 장·차관에 오른 이도 여럿이다. 이들의 네트워크를 대륙별로 계속 유지, 발전한다면 우리나라 민간외교의 역할 만이 아니라 특구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원전 수출 등 국가 간 대형 거래가 있을 때 현지 국가에 추가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테크노파크나 연구개발특구 모델은 매우 유용한 정책수단이다.
연구개발특구가 곧 50주년을 맞이한다. 1973년 허허벌판에 첫 삽을 뜨고 만든 대덕연구단지가 지금은 상전벽해가 될 정도이며, 전 세계 연구과학단지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5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 50년을 설계하는 가운데 얼마 전 4차 연구개발특구육성종합계획안(2021~2025)이 발표되었고 공청회가 열려 좌장으로 참석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1차 계획부터 지금까지 공간 범위는 대전시의 대덕에서부터 다른 광역시인 부산, 대구, 광주 그리고 전북특구로 확대되었고, 최근 안산, 구미, 군산 등 작은 도시에도 특구모형을 적용한 강소특구가 12개나 만들어져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다.
향후 진행될 계획 속 4대 정책과제를 살펴보면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첫째, 공공기술 사업화로 저탄소·디지털 경제 선도이다. 저탄소, 그린경제로 가기 위한 전략이면서 빅데이터, 데이터 댐 등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의 변화를 담고 있다. 둘째, 규제에 자유로운 연구개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술속도에 비해 제도와 행정이 못 따라가는 것을 해결하고 테스트베드 구축, 실증화 등 조속한 문제해결을 담고 있다. 셋째, 벤처·창업하기 좋은 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넷째, 특구 간 협력과 리빙랩 등으로 주민 체감을 이끌어 내는 상생·협력을 통한 특구 네트워크 강화이다.
특구의 목적은 한 마디로 기술사업화에 있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등에서 나온 우수한 연구성과물을 시장에서 사업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와 사업화 사이에 존재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은 해결이 어려운 도전적 과제이다. 죽음의 계곡이란 '좋은 아이디어가 사라지는 장소'를 말하며, 이를 잘 넘어가도록 동기부여와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특구 내 여러 기관들의 역할이다. 향후 특구육성의 계획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한 요인을 VAT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와 해외의 고객을 위한 지속적 가치(Value) 창출과 기회발굴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고도화(Advance)로 기술과 제품의 고도화와 융합화, 여기에 정주 여건의 고도화도 포함된다. 셋째는 상생(Together)으로, 지역소멸이 언급되는 가운데 지역을 살리고 특구들 간 협력과 보완하는 상생의 실천이다. 한편 특구지역 내 포함되어 불편을 겪어 해지를 요구하는 지역도 있다. 또 반대로 특구 내 포함을 요청하는 대학과 기관들도 있어 이들의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새롭게 50년을 준비하는 계획을 자동차에 비유해 보자. 그동안 엔진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전기자동차처럼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전략과 구조, 그리고 실천이 요구된다. 이제 전국의 특구들이 산학연관의 협력을 통해 '죽음의 계곡'을 넘고, 이를 '기회의 계곡(Valley of Opportunity)'으로 바꾸어 새로운 국가 성장의 동력이자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융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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