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인구절벽 반영없는 미래기획 괜찮은가?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인구절벽 반영없는 미래기획 괜찮은가?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 승인 2021-07-12 09:41
  • 신문게재 2021-07-13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요즘 주위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다. 아기 옷을 파는 가게도 찾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노인 인구는 초고속으로 늘었다. 대한민국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사회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84명이었다. 이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올해는 더욱 떨어지리란 전망이다. 작년 출생아가 27만 명에 그친 반면, 사망자는 30만 명이었다. 출생아 수가 사망자를 밑도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노인부양 부담 증가는 한국 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출생아는 2017년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 뒤 3년 만에 30만 명 선도 무너졌다. 이미 인구지진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도대체 우리나라 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삶의 불안감이 커져서다. 취업은 안 되고, 자기 힘으로 집을 사려면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니 1인 가구는 날로 증가하고, 출산 연령대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에는 20.3%가 되면서 이른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60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43.9%까지 높아진다.

시간이 갈수록 생산가능인구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정확히는 생산과 소비, 투자 활동이 왕성한 연령대인 25∼59세의 '일하는 인구'를 봐야 한다. 10년 후엔 올해 대비 315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하는 인구'로만 현재의 부산시에 해당하는 인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때가 되면 누구나 느낄 정도로 인구재앙이 본격화된다. 그래서 10년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60년 인구는 절반이 줄어 '반 토막 대한민국'이 된다. 당연히 생산가능인구, 학령인구, 현역 입영대상자 수는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노년부양비는 지금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다.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으로 지금까지 2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율이 최악으로 떨어진 현실을 보면,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인식하고 대처했다면 이렇게 악화할 수 있을까. 과연 위정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국가정책 수립에 있어 인구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니 반영해야 한다. 아동과 청년, 은퇴 세대 등 모든 세대에 대한 '삶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의 '미래를 기획하는 도구, 인구학'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조영태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적 인구학자다. 현재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 자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정년 연장이나 연금 개혁 등을 마무리해야 했는데 못 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남은 10년간 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정말로 끝"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가슴속 저 깊숙이 뭔가 꿈틀거리게 된다.

인구 감소가 정해진 미래라면 이제 중요한 것은 공존을 위한 사회적 타협이다. 왜 공존이 필요할까? 줄어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10년간의 변화가 결정적"이란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출산 문제는 청년 앞에 놓인 복잡 다양한 장애물을 해결해야 극복할 수 있다. 정부만 믿지 말고 우리 사회 전체가 인구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수도권 초집중, 극한경쟁 등으로 야기된 청년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취업이나 주택 문제로 좌절감과 불확실성을 키운 셈 아닌가.

지금의 인구 규모와 향후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 서울 대학 및 수도권 과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10년 후 현실화할 인구재앙에 대비해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 집단지성을 발휘하자.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주자. 인구로 정해진 미래는 숙명이 아니라, 정밀한 예측의 시작점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