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는 2017년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 뒤 3년 만에 30만 명 선도 무너졌다. 이미 인구지진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도대체 우리나라 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삶의 불안감이 커져서다. 취업은 안 되고, 자기 힘으로 집을 사려면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니 1인 가구는 날로 증가하고, 출산 연령대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에는 20.3%가 되면서 이른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60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43.9%까지 높아진다.
시간이 갈수록 생산가능인구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정확히는 생산과 소비, 투자 활동이 왕성한 연령대인 25∼59세의 '일하는 인구'를 봐야 한다. 10년 후엔 올해 대비 315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하는 인구'로만 현재의 부산시에 해당하는 인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때가 되면 누구나 느낄 정도로 인구재앙이 본격화된다. 그래서 10년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60년 인구는 절반이 줄어 '반 토막 대한민국'이 된다. 당연히 생산가능인구, 학령인구, 현역 입영대상자 수는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노년부양비는 지금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다.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으로 지금까지 2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율이 최악으로 떨어진 현실을 보면,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인식하고 대처했다면 이렇게 악화할 수 있을까. 과연 위정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국가정책 수립에 있어 인구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니 반영해야 한다. 아동과 청년, 은퇴 세대 등 모든 세대에 대한 '삶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의 '미래를 기획하는 도구, 인구학'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조영태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적 인구학자다. 현재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 자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정년 연장이나 연금 개혁 등을 마무리해야 했는데 못 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남은 10년간 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정말로 끝"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가슴속 저 깊숙이 뭔가 꿈틀거리게 된다.
인구 감소가 정해진 미래라면 이제 중요한 것은 공존을 위한 사회적 타협이다. 왜 공존이 필요할까? 줄어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10년간의 변화가 결정적"이란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출산 문제는 청년 앞에 놓인 복잡 다양한 장애물을 해결해야 극복할 수 있다. 정부만 믿지 말고 우리 사회 전체가 인구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수도권 초집중, 극한경쟁 등으로 야기된 청년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취업이나 주택 문제로 좌절감과 불확실성을 키운 셈 아닌가.
지금의 인구 규모와 향후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 서울 대학 및 수도권 과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10년 후 현실화할 인구재앙에 대비해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 집단지성을 발휘하자.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주자. 인구로 정해진 미래는 숙명이 아니라, 정밀한 예측의 시작점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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