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화학연 위원 |
세월 따라 인연도 달라지는 것을 예전엔 몰랐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 그대로 늘 함께 있을 줄 알았고, 학창시절 친구들도 늘 영원한 친구라며 언제나 함께 갈 줄 알았다. 사회생활 친구들과 함께 삶을 이야기하며, 한 잔의 술에 인생과 그리움을 이야기하며 울고 웃고 행복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가?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세월 따라 인연도 달라지는 것을. 사람도 변한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그러나 얼굴은 잊혀 가더라도 그때의 그 아름다운 추억들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세월아, 서서히 가라. 그대는 어떤가? 비단 나만 그런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가?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힘의 원천이 되고, 적당히 놀 줄 알아야 영원한 젊음의 비결이 된다. 독서를 많이 하면 지식의 샘이 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시간을 가져라. 그것은 신이 부여한 특권이다. 평안한 시간을 가질수록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다. 웃는 시간을 만들어라, 그것은 혼의 음악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살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지 않은가. 그러니 남에게 베푸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라. 노동하는 시간을 가져야 성공을 위한 대가로 돌아온다. 무엇보다 자선을 많이 베풀어야 천국의 열쇠를 얻게 된다.
이렇듯 좋은 생각이 나를 젊게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만나면 기분 좋고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만나는 것이 꺼려지고 만나기 싫은 사람도 있다.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되고 멀리 떨어져 살면 되지만, 어찌 마음에 드는 사람만 골라 만날 수 있겠는가. 크고 작은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숲을 이루듯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울 때 가장 필요한 건 상대방이 되어보는 거다. "저 사람에게 뭔가 틀림없이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야. 저 사람 마음은 지금 얼마나 힘들까?" 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채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상대방이 왜 그랬는지, 나의 판단과 결정에 잘못은 없는지, 잘못된 판단을 당연한 것처럼 결정하는 우(愚)를 범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자.
"산속으로 들어가 수도하는 것은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발견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그들과 관계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법정 스님은 인연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연과 필연이 섞인 만남이 지금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 인연이 아닌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기대해볼 만한 진행형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오늘 불현듯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나는,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 봤는가?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틀을 갖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마음을 조금만 변화시키면 주변의 모든 것이 행복이다. 그저 행운만을 쫓다가 불행해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어떤 어려운 일도 즐거운 일도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전에는 무심히 관심 두지 않던 인간관계도 잘 살펴서 챙겨야 하는 이유다.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 재산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가 높아진다. 겸손과 온유, 사랑과 배려로 더불어 살아가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 진정 그렇게 살고 싶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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